최근 위기에 몰린 국내 조선업계 처리문제가 연일 미디어를 흔들고 있다. 지난 2013년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후 채권단이 2조7,000억 원을 지원한데 이어 이듬해 부실이 확대되면서 1조8,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 바 있는 STX조선해양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자력갱생이 불투명해 진 STX는 지난 27일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됐고 회생가능성 여부의 법원 판단에 따라 법정 관리 하에 들어가거나 청산절차를 밟게 될 운명에 놓였다. 만약 청산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STX와 연결된 중소기업의 줄도산은 피할 수 없게 된다. 1,700개에 달하는 중소 협력사가 문을 닫고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봉착한다. 국가적 핵심기간산업의 부실이나 몰락을 반길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4조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단기간에 쏟아 붓고도 그 값을 못한다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공적자금으로서 국민의 혈세다. 지원타당성에 대해 뒷말이 무성한 이유다.

뜬금없기도 하고 단순비교가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농업부문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생명산업인 농업에 위기가 엄습한지는 이미 오래다. 농산물시장은 완전개방 됐고 농촌사회의 고령화 촉진으로 노동력은 고갈됐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대응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FTA협상과정에서 민감 품목 등이 그나마 보호를 받는 것은 위기상황에서도 우리 농업을 농업인들이 굳건히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게 된다면 우리의 농업주권은 어김없이 여타 농업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예산당국이나 통상사이드에서는 농업을 경시하고 위기를 방치한 채 투자에 인색하다. 농업기반이 붕괴됐을 경우 200여만 농업인의 생존과 국민의 식품소비부담 가중으로 국가적 손실이 막대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 농업이 위기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길은 농업기계화가 유일하다. 그런데 이 농업기계화에 대한 투자마저 원활하지 못하다. 농기계 임대사업만 해도 그렇다. 기계화가 미흡한 밭농사 등의 농작업 기계화를 촉진하고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시·군 등 지자체를 시행주체로 벌이고 있는 이 사업은 호응도가 매우 높아 농업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영속성 등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임대사업소의 수입은 달랑 임대료 하나다. 그런 임대료를 적정 수준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임대료 징수액이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도 주요 운용비의 43%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대체농기계 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노후화에 따른 높은 고장빈도가 담당자의 업무가중까지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이 아니다. 농기계교육을 통한 농업인의 자가수리능력 배양이라는 본분 외에 농기계 임대, 고장수리까지 하고 있는 농기계교관들의 사기가 끝간데 없이 실추되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들은 정부의 직제개편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신분은 보장됐다고 하지만 제도가 허점투성이어서 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안전행정부는 직제시행에서 이들 교관을 ‘전문경력관’으로 전환하고 부처동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들을 직급격상 직위 운영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아울러 총액임금제로 운영되는 전문경력관 ‘가군’의 직급을 없애 버렸다. 따라서 이들은 진급할 기회도 없고 미래가 없을 뿐 아니라 근무의욕을 저하시켰다며 개탄하고 있다. 사기저하는 업무능률향상의 최대 적이다. 이래선 농기계 임대사업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본지는 이와 관련하여 오는 6월 16·17 양일간 ‘밭작물 기계화 촉진을 위한 농업기계 임대사업 활성화방안 대토론회’를 열고 끝장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농기계 임대사업의 운용상 문제점을 도출하고 학계·의회 등 저명인사를 초치하여 고견을 듣고 해법을 찾을 것이다. 아울러 난제중의 하나인 소요예산 확보가 가능한 길을 모색할 것이다. 그렇다고 조선업계에 퍼부은 공적자금규모만큼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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