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850달러 가격표가 붙은 포드자동차의 모델 T는 소수만이 가질 수 있던 자동차의 대중화를 앞당겼다는 의의보다도 표준화를 통한 혁신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당시 자동차는 고급 숙련공이 수공업으로 만들었기에 높은 가격에 그 생산량 또한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드는 모델 T의 가격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표준화되고 상호호환 가능한 부품 사용과 대량 생산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였다. 그 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처럼 표준화는 기술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기에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표준화에 대한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와 개별 기업 단위의 단일 표준 경쟁 구도를 넘어 생태계의 확산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구도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랜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애플과 구글의 iOS 생태계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이다. 이들은 단일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 통신사, 개발자들과 연합하여 구축된 거대 생태계가 상호 경쟁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기기와 인프라가 공존해야만 하는 전기 자동차 충전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최근 변화되고 있는 표준 경쟁 양상을 이해하려면, 표준화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일 표준 경쟁보다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경쟁 양상이 주목받고 있고, 기술의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가 빨리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준에 대한 의사 결정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표준화 전략의 변화를 토대로 우리는 국내 스마트팜 산업 분야에서의 표준화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국내에서는 2014년을 전후하여 스마트팜 ICT 기자재에 관한 표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스마트팜 ICT 기자재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표준화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참조할 표준이 없어 농산업체가 센서나 구동기와 같은 스마트팜 ICT 기자재의 인터페이스를 임의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타사 제품과의 호환은 당연히 불가능했으며, 농가는 제품의 AS는 물론 제품의 선정까지 모두 특정 농산업체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팜 ICT 기자재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함으로써, 표준 기반의 제품을 통한 타사 제품과의 호환, 스마트팜 시장 규모의 증대 및 농가와 농산업체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2020년부터 국가표준확산지원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관련 표준의 확산을 위한 많은 지원을 하였다. 덕분에 많은 수의 농산업체의 제품들의 표준 기반으로 개발 또는 개선이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그 이유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IoT, AI 기술과 농업과의 융합 기술의 발전 속도가 현재까지 제정된 표준 기술보다 현저히 빠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일 수확을 위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영상 데이터 수집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시간 영상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고속의 실시간 통신 기술이 필요하나 현재 국가표준으로 제정된 RS485 기반의 유선 통신 기술로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기술에 대한 표준을 빨리 제정하고 이를 정부 지원으로 확산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지만 미래에 개발될 것으로 전망되는 수많은 자동화 기기(로봇), 인공지능 서비스들에 대한 표준을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여 개선하기에는 그 속도나 책임 범위 또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 없이 구현과 현장 적용을 농산업체에게 일임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농산업체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라는 아주 널리 인용되는 속담이 있다. 

국내 스마트팜 ICT 기자재의 상호 호환성 제공을 위하여 농산업체가 표준 기반으로 자사 제품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개발 가능성 있는 미래의 스마트팜 ICT 기자재 H/W나 S/W의 개선 비용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도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탈무드의 격언에 따르면 한 끼 식사를 위한 물고기를 주는 것과 동일한 경우가 아닐까? 대신 평생 먹거리를 위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줄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하여 필자는 현재의 스마트팜 ICT 기자재의 혁신을 위하여, 농산업체가 표준에 따라 기자재와 서비스를 유연하게 개발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공통 H/W와 오픈 S/W 기반의 스마트팜 기자재 개발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국내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아두이노나 라즈베리 파이와 같은 공통 H/W와 오픈 S/W 플랫폼 환경을 이용한 코딩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프로그래머들의 전유물이었던 코딩도 이제는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공통 H/W와 오픈 S/W 기반의 스마트팜 기자재 개발 플랫폼이 제공된다면 농산업체에서도 지금보다는 좀 더 쉽게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농산업체와 관련 없는 제3의 개발자가 개발한 H/W나 S/W 제품을 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어, 농산업체는 수많은 가상 개발자를 보유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농민은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가진 서비스 S/W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치 스마트팜 계의 애플 앱스토어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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