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77.5% 목표 수립에도 R&D 예산은 '싹뚝'
배추·고구마·무는 파종·정식부터 수확까지 기계화율 '0'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화되면서 농업 현장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기계화 작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일손이 많이 필요한 밭농업의 기계화율은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하지만 내년 관련 예산은 20% 가까이 삭감됐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 논농업 기계화율은 97.7%인데 반해 밭농업 기계화율은 59.3%에 그쳤다. 이 기간 밭농업 중 가장 많은 비용과 인력을 요구하는 파종·정식 단계에서는 기계화율이 8.7%에 불과했고, 수확 작업은 23.8%에 머물렀다.

작업단계별 기계화율은 작목에 따라서도 심각한 편차를 나타냈다. 작년 기준 파종·정식 단계에서 콩 기계화율이 평균 37.2%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배추·고구마·무 기계화율은 0%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작목은 파종·정식단계에서 기계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수작업만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수확 단계에서도 콩(46.1%), 마늘(43.8%)에 비해 배추와 고구마 기계화율은 여전히 0%에 그쳤다.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개발 투자가 시급하지만 내년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밭농업기계화 R&D 예산은 2020년 57억5,500만원에서 2021년 57억1,800만원으로 소폭(0.6%) 줄었다가 지난해 64억6900만원으로 13.1% 증가했고, 올해 70억원(70억900만원)을 넘겼다. 그러나 내년 정부가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R&D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면서 밭농업 기계화 관련 예산도 대폭 줄어 58억6100만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2026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을 7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지만 R&D 예산 삭감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준병 의원은 "농작물 생산에 있어 기계화·자동화는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계속해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밭농업 기계화율 달성 목표를 세우고도 관련 예산은 도리어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수급 불균형 해소와 밭작물 자급률 향상, 타작물재배 전환사업 육성 등 밭작물 기계화 중요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밭작물 기계화율이 낮은 파종·정식·수확기를 중심으로 재배기술과 연계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밭농업기계화를 비롯한 자율작업 농기계 개발에 생산업체들은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개발하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최근 농기계 국내 시장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계절상품에 대한 판매 경쟁력이 떨어져 외산 제품이 실적면에서 뒤떨어지고 있어 판매에 대한 앞으로의 지속성에 대해서 고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속에서 현실적인 시장을 두드려보기 위해 농기계 자율작업 자체기술력 또는 밭농업기계개발에 대한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역행을 하려고 하고 있어 시장 상황에 대한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채 결정한 사항 같아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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