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들어 R&D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이 예상되고 있어 유관 행정기관은 물론 농기계업계가 초비상 상황에 놓여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정책·조직·규제·업무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농정방향을 제시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농정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농정비전과 농정목표를 정하고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조직을 혁신하는 동시 시장·경쟁·자율·창의 등의 핵심가치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도 차질없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그런데 ‘R&D 예산’의 대폭 삭감이라는 예상 밖의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물론 2024년 예산안이 올해 17조3,574억 원 대비 5.6%(국가 총지출 증가율 2.8%) 증가한 18조3,330억 원 규모로 편성된 건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R&D예산의 삭감은 본질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미래 농업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186억 원이 지원되는 내년의 7개 신규사업 가운데 R&D사업은 농식품 과학기술 융합형 연구인력 양성에 45억 원, 농생명 마이크로바이옴 혁신기술 기반구축에 15억 원, 고위험 동물감염병 대응 기술개발에 54억7,000만 원이 편성됐을 뿐이다. 더욱이 6개소의 밭농업 기계화 모델 개발 말고는 농업기계 정책에 대한 방향제시나 R&D와 관련한 시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R&D 투자가 가장 절실한 농촌진흥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내년 예산안이 1조855억 원으로 올해 1조2,547억 원보다 13.5%인 1,692억 원이 줄어들었다. 국가연구사업 구조조정으로 R&D 분야는 대폭 감소하고 연구성과 확산을 위한 기술보급과 정보화 분야만 상대적으로 증액됐다. 연구개발분야는 5,737억원으로 올해 7,612억 원에 비해 무려 24.6%인 1,875억 원이나 감액된 것이다. 기술보급분야 129억 원(5.8%)과 정보화 분야 31억 원(14.8%)이 증액됐을 뿐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확기술정보통신부는 R&D 정책에서 농업분야와 상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론에선 OK인데 각론에서는 NO다. 산자부는 수요자 지향 산업기술 R&D 혁신과 지식재산 보호를 강화하고 있고, 과기부는 국가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는 산업기술 R&D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강화키로 하고 있다. 과제 선정평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행정절차 간소화와 우수연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 밖에 기술 보호와 국제협력, R&D와 표준정책 연계 등을 강화하고 지식재산 보호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과기부의 경우 국가 R&D 100조원 시대를 맞아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모아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스템 재설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임무지향적 과학기술 체계를 마련하여 민간·지방 주도로의 전환을 통해 산·학·연 융합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하고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과 함께 통합적·전략적 R&D 예산의 배분·조정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세제지원 확대 등 다양한 민간 R&D 지원강화와 기술역량 평가 등을 통해 선제적 규제 이슈를 발굴, 대응함으로써 민간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정당국은 이같은 중차대한 상황 앞에서 절대 방관자가 돼선 안된다. 농업의 중요성을 끈질지게 설파하여 유관기관이 수용할 수 있도록 담판을 지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