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환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장
이경환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장

농기계와 자동차 모두 동력원에 의해 주행을 만들어내고, 운전자에 의해 조작되며, 주변 환경과 연계되어 주행의 안전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들어서는 통신에 의해 외부와 연결되어 움직이는 차제에서도 주변의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운전자는 추가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또한 중앙 관제소에서는 차체의 위치와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농기계와 자동차는 기능과 구조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본질적인 목적과 운행 환경을 보면 다소 상이한 면이 있다. 자동차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농기계는 차체에 작업기를 부착하여 그 작업기가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행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자동차는 도로라는 비교적 정형화된 환경에서 고속 주행을 대상으로 하지만 농기계는 비정형화된 농경지에서 저속 주행하면서 고부하의 농작업을 수행한다. 이와같이 농기계와 자동차는 운행환경과 본질적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농기계 분야만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탄소중립이 선택형 문제에서 의무형 과제로 전환되면서 농기계의 전동화는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필수 과제가 되었다. 전동형 농기계의 핵심 부품은 모터, 배터리, 전력분배시스템이다. 기존 산업과 연계하여 저속 고부하 장시간 농기계 운행 환경에 적합한 핵심 부품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전동화 기술이 일반화 되면 다양한 형태의 농기계 출현이 가능하고, 이는 농업용 로봇으로 연결될 것이다. 기존 농기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벗어버리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농업의 로봇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동형 농기계를 개발해야 한다.

자율주행 농기계의 상용화가 더디기만 하다. 농업 현장에서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눈높이 차이가 크다. 그동안 자율주행 로봇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는 자율주행을 넘어 자율작업 단계로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 자율작업 농기계는 토양과 작물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농작업을 수행하도록 농작업기를 변량 제어하고, 이에따라 주행 또한 제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트랙터도 중요하지만 농작업기의 전자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농작업기는 아직 기계식에 머물러 있어 자율작업 농기계 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루속히 전자식 농작업기 개발을 시작했으면 한다.

국내 첨단 농기계의 수요는 정부사업 위주로 창출되고 있다. 아직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는 단계에서 민간의 자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사업인 디지털농업 시범단지 등과 연계해서 정부-농기계 기업이 연계한 첨단 농기계 실증 및 보급사업을 지원했으면 한다. 이를통해 기업은 기술의 성숙도를 높이고 정부는 첨단 기술의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농업인구의 초고령화와 글로벌 탄소중립 이슈로 자율작업 농기계와 전동형 농기계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축적된 기술과 인력이 충분치 않는 농기계 산업은 자동차 산업과 협업환경을 조성하여 미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농기계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기술 개발로 첨단 농기계의 원천 기술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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