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작고한 농학계의 거두 유달영 선생은 ‘유통은 물과 같다’(流通如水)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인간과 정부의 노력에 따라 산지와 소비지 사이에 수량조절용 저수지나 댐을 만들 수도 있고, 대형 송수관을 만들어 유통되는 물량을 대량으로 늘릴 수 있고 속도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농산물 유통의 양태는 국가의 규모와 사회체제, 생산농가의 생산판매 규모, 거래관행과 규칙, 유통 하부구조, 최근에 들어와 정보통신기술(ICT) 수준 등에 따라 국가 간에 차이가 있으며 다양하다. 물론 공통적인 흐름과 추세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은 어떤가? 전국에 산재한 소농 위주로 생산된 농산물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상태로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1985년 최초 개장한 가락동 도매시장을 비롯해 2004년까지 개설 운영하는 32개 공영도매시장 유통체계와 경매시스템을 통한 신속 대량 거래방식은 나름 최선이었으며 성공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의 소비지 유사도매시장과 상설시장, 5일장 등 정기시장은 후진국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시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한 바 있다. 현재 농가가 생산한 청과물의 50% 이상이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소매점들이나 요식업소 등에 공급되어 소비자들이 최종 소비하고 있다.

1993년 말 농산물시장과 1996년 유통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농산물 유통이 늘어나고 대형할인마트들의 소매취급 비중이 30%대까지 늘어나면서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가 늘어났다. 최근 들어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B2C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온라인거래가 크게 늘어나 농산물의 유통구조가 복잡다기화되는 추세이다. 정부에서 로컬푸드 직매장 등 농민과 소비자 간 직거래도 권장하여 수년 내로 10%의 농-소 직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4차산업혁명기술과 디지털전환(DX)의 급속한 발달, 교통물류 하부구조의 확충으로 농산물, 식품을 포함한 전체 상품 유통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에서 유통선진화대책을 발표했는데, 유통효율화 차원에서 도매거래에서도 대량의 물량이 기업간 온라인거래(B2B)가 이루어지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23년 말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산지유통센터도 스마트화하고 거래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농산물유통은 비대면 온라인거래가 확대되고 온.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한 유통의 O2O(Online to Offline)와 옴니채널(Omni Channel)화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경로에 온라인경로가 추가되어 유통경로의 다양화와 판매자, 구매자의 선택폭이 확대되며 상적 거래와 물류가 따로 노는 ‘상물분리’가 일반화될 것이다. 

생산농민은 온라인 기반의 소비자 직거래와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 등에 대량판매되는 경로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며, 중간유통업자들은 전문화와 차별화, 특화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유통판에서 생존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주류유통의 길을 걸어온 도매시장은 B2B 온라인거래가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어 기능의 전문화가 불가피하며 산지와 타 도매시장과 수직적, 수평적 연계와 결합을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주류시장으로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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