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한국농기계신문 발행인

국내 수도작 농기계는 이미 완전체 수준으로 개발되고 보급되어 농작업 기계의 로봇화와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 등의 숙제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밭농업 기계화는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호당 밭농업 재배면적이 지극히 좁고 품목이 다양할 뿐 아니라 지역별 재배양식이 너무나 상이하여 철저히 관행재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가을배추(0.07ha)·참깨(0.08ha)·건고추(0.09ha) 등은 300평이 채 되지 않는 면적에서 경작을 하고 있으며 재배면적이 넓다고 해야 고랭지무(0.99ha)·양파(0.25ha) 정도이며 나머지도 0.1ha를 약간 벗어나는, 얼마 안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재배농가는 작목에 따라 10만명에서 많게는 40만 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재배양식에 있어서도 마늘 두둑 폭의 경우 의성군은 300cm인데 반해 남해군은 150cm, 무안군은 210cm인 것처럼 주산지별로 천차만별이다. 표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환경이 불안정한 데도 당국이 밭농업 기계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옴에 따라 나름 변화의 싹을 보이고는 있다. 작업단계별로 차이는 있지만 경운·정지와 방제는 기존의 농기계 활용을 통해 대처함으로써 밭농업 기계화율 99.6%, 93.2%를 유지하고 있고 비닐피복 역시 73%로 높은 기계화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31.6%인 수확과 12.2%에 머물고 있는 파종·정식에 대한 기계화는 서둘지 않으면 안될 주요 핵심과제로 남겨져 있다.

농업경영주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농업생산 인력의 부족과 노동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데이터 기반의 밭농업기계 디지털 기술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인공지능·센서등을 활용한 농작업의 자동화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마다할 까닭은 없다. 농업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고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통해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단기적 성과를 도출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밭농업기계 생산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밑밥을 깔아주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밭농업 기계화의 발전속도가 더딘 이유는 농기계 메이커의 영세성을 빼놓을 수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밭작물의 파종·정식·수확 등 고정밀·고난도 정밀기술을 중·소규모 농기계 생산업체가 손쉽게 수용하지 못함으로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내 농기계생산업체 가운데 90%가 넘는 업체가 종업원 50인 미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연간 50억원 미만의 매출 기업이 전체의 82%를 점하고 있다. 농기계 생산업체의 영세성을 확연히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규모로 보아 수익구조 또한 불안정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는 개발 투자 여력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밭농업기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 농기계 제조업체에 정부가 R&D 예산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밭농업기계 개발 여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여 이들로 하여금 밭농업기계에 대한 생산성과 경제성을 분석토록 하고 기계화 표준모델 개발과 농기계 실증을 통해 현장 맞춤형 농기계 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측면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비록 경영규모가 영세하다고 해도 밭농업기계의 개발주체가 중소기업임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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