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기계검정팀장)
한태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기계검정팀장

밭 농업 일손과 기계화 현황

밭 농업을 영위하는 농가에 있어 인건비 증가 문제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밭 농업 생태 특성 상 생육시기 별로 필요한 작업이 다양한데에 더불어 섬세한 작업자의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상황이다. 작업 중에서도 경운, 방제 등은 기계화율이 높은 반면,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파종・정식 및 수확 작업은 기계화 수준이 10%~30%로 낮은 수준이다.

열악한 생산기반과 재배양식 표준화

파종・정식 및 수확이 기계화율이 낮은 주된 요인으로 열악한 생산기반에 기인한 어려운 재배양식 표준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밭 농업 생산기반을 살펴보면 50%이상이 소규모 경작지에서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제한된 경작지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작물을 수확해야 영농소득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지역・작물마다 경험에서 비롯된 저마다의 재배방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표준화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화를 위해서 재배양식의 표준화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이미 기계화율이 99%이상 달성된 논 농업의 경우에도 예로부터 모내기, 수확이 가장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당 작업은 이앙기와 콤바인이 완벽에 가깝게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A社의 이앙기가 작업을 수행한 논을 B社의 콤바인이 수확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재배양식은 표준화 되어 있다. 논 농업에 있어 표준화된 재배양식은 논 농업기계화에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해당 재배양식을 농업인, 제조사 모두가 따르고 있다.

표준화된 재배양식과 기계의 활용

밭 농업 파종・정식 기계화 전환을 예로 들면 일률적으로 표준화된 파종 또는 정식방식은 다 년간의 경작 노하우를 보유한 농업인의 경험 상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재배방식일 수도 있다. 수확작업의 경우 또한 농업인이 고수하는 파종・정식간격을 수용하여 수확 할 수 있도록 설계・제작된 수확기를 찾아야 하고, 작물손상 최소화를 위해 작업자 오감에 의존해 섬세하게 수행하던 작업을 감각이 없는 기계에게 맡겨야 한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표준화된 재배양식에 대한 경제성과 기계화 작업에 대한 생력화 정도 신뢰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신뢰도가 결여된 경우 기계화 추진 동력도 그 힘이 약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신뢰도 확보를 위한 서비스 개선

우리나라의 밭 농업 농가의 70%가량이 0.5 ha이하의 소규모 농가로 농기계  구매력이 취약하나 농기계 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하여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재배양식, 농업기계의 성능・품질에 대한 신뢰도는 농업인의 마음에 믿음을 심는 것으로 정책적인 드라이브, 투자로도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통상 여러 환경에서의 실증과 보완을 통해 시장에 나오기 마련이다. 실증을 위해서는 실증시험을 위한 시설・장비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기계 제조・생산기반이 취약하여 실증을 위한 시설장비 투자가 어렵고, 제조사 자체적인 시험결과로 농업인에게 신뢰는 주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실증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인된 실증시험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것이 검정기관인 농진원이 추구해야 지향점으로 규제업무인 검정업무 외에 다음의 서비스 업무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첫째, 실증시험 인프라 지원

파종・정식, 수확작업의 경우 토양과 생육작물이 필요하다. 향후 새만금에 구축될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는 밭 농업기계에 대한 실증시험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계측장비를 투입하고 환경을 조성할 계획에 있다. 완공 시기는 2026년으로 계획되고 있으며, 정식, 파종 등 실증시험이 필요한 밭 농업기계 제조사들이 입주하여 다양한 조건에서 원하는 실증시험을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길 바라는 바이다.

둘째, 파종・정식방식 실증지원

표준 재배양식 확립에 있어 농업인의 경험, 노하우와 가장 많은 상충이 예상되는 부분은 파종・정식으로 사료된다. 파종・정식의 경우 한번 작업을 하게 되면 수확 시기까지 해당 방식을 수정하거나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파종・정식에 대한 실증은 현행과 같이 심어진 상태, 결주 상태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일정기간 동안 관찰하며, 작물 발아 또는 생육상태를 확인하며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셋째, 성능시험 서비스 개선

밭 농업의 기계화를 위하여 현재 4,000여종의 밭 농업기계가 개발되어 있는 상태이나,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도 많은 보완과 개선이 필요한 상태로 밭 농업기계 고도화 R&D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검정제도 만으로는 성능・품질에 대한 개선점을 체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규격화 되어 공시된 시험포장이 없는 상황에서 토양, 환경, 작물의 컨디션을 동일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시험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 컨디션에서 자社 제품 간 비교시험을 신청자 요청에 의해 서비스 할 예정이다. 동일 컨디션에서 수행된 상대성능 결과를 제공하여, 농업인 및 수요자가 성능・품질 개선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고, 제품 신뢰도 향상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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