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교양학부 농업기계 전공 교수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교양학부
농업기계 전공 교수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생산작업의 기계화를 통한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경제구조의 혁명적 변화를 통한 부의 상승과 근대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농업부문에서도 최초의 농업기계인 파종기, 탈곡기 등의 농업기계 보급은 농업인의 노동과 소 등의 가축의 힘을 대신하여 식량의 생산량을 증대시켰고, 농업 생산구조는 보다 효율적으로 변화하였다. 농업기계화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가 되서야 농업기계 보급이 시작되었으며 급격한 영농기계화와 더불어 2020년을 기준으로 농업의 노동생산성이 1962년 대비 783배가 증가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사회적인 반작용으로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 것처럼, 한국도 농업시설의 현대화와 기계화에 연계되어 농업인은 농업기계 교통사고, 농작업 사고 등 동력 회전체 협착, 농업기계 끼임과 깔림 등과 같은 치명적인 산업재해(안전재해)는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농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농업인 안전재해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전체 농업인구 대비 매우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농업을 광업, 건설업과 더불어 3대 산업재해 위험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부문 산업재해율은 농업인 안전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은 사고사례를 기준으로 2016~2020년 사이에 4.7%에서 6.1% 사이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동일년도 산업재해보상보험 기준 전산업 산업재해율 0.58%의 약 10.5배에 속하는 수치이다. 이 중 농작업 사고로 인한 재해율은 2020년 기준 4.1%이었으며 사고 원인으로 분류하였을 때 농업기계 접촉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약 30%대로 단일한 사고 원인으로 농업기계가 최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인의 농업기계로 인한 사고의 유형은 크게 농업기계 교통사고, 농업기계 운전 중 사고, 유지/보수 중 사고로 나눌 수 있으며, 이러한 농업기계 사고의 대다수는 농업기계 안전운전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부족, 농업기계 자체의 안전설계 미흡, 농작업 안전관리 체계의 미흡으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농업기계로 인한 안전재해는 골절·베임·절단 등의 손상이 많이 발생하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회전체, 무거운 농업기계 및 관련 부품, 날카로운 칼날 등으로 인하여 한 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흉터가 남거나, 재활 및 일상생활/작업 복귀가 어려울 정도의 장애가 남는 비가역적 재해가(골절, 베임, 절단 등) 유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농업인의 농업기계 안전운전과 관리는 다른 농작업보다 훨씬 더 엄격히 수행되어야 한다. 

농업기계 사고의 발생과 이로 인한 농업인 및 농촌사회에 대한 악영향은 현재의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공통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유럽의 안전보건청 등과 같은 국가기관에서는 학계와 공동으로 농업기계 안전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 그리고 농업기계 교육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가족자영농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후로 기존의 교육 등과 같은 농업인 안전인식 전환을 통한 안전관리에 더해서 현장 중심적으로 안전사고의 근본원인과 개선지점을 찾아내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즉, 농업기계 안전사고의 발생원인과 개선지점을 단순히 농업인 개인의 운전 실수로만 보는데서 벗어나 농업기계 안전 설계 오류, 도로관리 미흡, 안전표지 부재 등과 같은 다양한 시스템과 환경의 오류를 확인하고, 개선할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장 안전사고 예방의 효과가 상승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유럽 선진국은 농업기계 사용의 역사가 19세기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랜 기간의 사회적 협의를 통하여 농업기계 안전 사용에 대한 교육체계가 잘 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농업기계 보급 역사와 급격한 농업기계 사용율 상승에 비해서 농업인의 안전을 위한 농업기계 안전 교육은 매우 더디게 자리잡아오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농업기계 사고의 상당수가 농업인의 잘못된 안전지식과 태도, 운전습관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현황은 어찌 보면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며 농업기계 안전교육이 정착되고 더 나아가 시스템적 안전관리를 추구하는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는 재학생 등 예비 청년농업인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를 위한 농업기계 사용 안전과 농작업 재해예방 주제로 두 개의 교과목을 개설하여 1학년 전체 4개의 학부(전공학과)를 대상으로 영농현장 맞춤형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작업 재해예방은 새로 신설된 교과목으로 농작업 재해의 안전대책 즉 인적대책, 설비적 대책, 물리·환경적 대책, 관리적 대책 등을 배우는 학문이며 이러한 농작업 현장중심 실습수업을 담당할 신임교수(김효철)를 2023.3월에 채용하여 농작업 재해예방 및 안전체계를 확충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나라의 농작업환경은 농업 경쟁력 향상, 농작업 부담 경감, 근골격계 질환 예방 등을 위하여 농업기계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또한 스마트팜의 도입으로 시설 및 작업환경의 대규모 및 복잡화 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변화에 맞추어 농업기계의 복잡성과 사용 빈도는 증가할 것이며, 농업인에게는 재활, 치료가 불가능하고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농업기계 안전사고가 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단계적으로 승계농 등 예비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기계 안전관리절차 준수 및 개인보호구 착용, 안전한 운전과 정비에 대한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경우처럼 전문화 된 농작업 안전보건 체계의 도입을 위한 농업인, 국가기관, 농업기계 생산 업체 간의 협의가 중요하며,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끊임없이 국가 단위의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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