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손재용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손재용

수확한 농산물은 바로 먹지 않는 한 저장을 해야 한다. 품목과 목적에 따라 짧게는 몇 분, 길게는 수 백일까지 저장하게 된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저장고는 가정용 냉장고로 소량, 단기간 저장에 적합하다. 농가나 농협 등에서는 대량으로 저장하기 위해 저온저장고를 쓴다.

사과의 경우, 6개월 이하로 저장한다면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반 저온저장고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이상 저장하려면 별도의 처리가 된 저온저장고나 CA저장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CA저장기술은 온도와 습도, 산소의 농도를 조절해 작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유럽은 70%, 미국은 60∼70%, 일본은 17%가 활용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외국 저장고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최근 CA저장기술을 국산화해 농업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사과, 왕대추, 감 등에 우선 보급하고 있으며, 조만간 자두, 배추, 천마 등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사과는 주스, 잼, 스낵 등으로 가공되기도 하지만 주로 생으로 많이 먹는다. 가을에 수확하여 이듬해 가을까지 길게는 12개월까지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기에 CA저장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과를 장기 저장하는 방식은 저온저장고에 신선도 유지제(1-mcp)를 주입해 에틸렌 가스를 제거하는 방식인데 사과 고유의 향이 다소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CA저장 사과는 장기간 저장해도 사과 향이 유지되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한 바 있다.

사과 외에도 CA저장기술을 적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저장 기간을 늘린 품목으로는 왕대추, 감, 배추 등이 있다. 최근에는 특용작물인 천마에도 적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왕대추는 후숙이 빨리 진행되는 과실 중 하나로 부가가치가 높은 생과로 유통하려면 후숙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일반적인 저장 방식으로는 1개월까지 저장할 수 있으나 CA저장 시에는 최대 2개월까지 가능해 농가 소득증대에 도움이 되었다.
곶감에 주로 사용되는 떫은 감은 금세 말랑해지므로 말랑해지기 전 작업을 끝내야 한다. 그러나 한 번에 많은 감의 껍질을 벗길 수 없어 작업 중 말랑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장을 해야 한다. 기존에는 저장 중에도 감이 말랑해져 1개월밖에 저장할 수 없었으나 CA저장 시에는 4개월까지도 저장할 수 있었다.

배추는 사계절 재배할 수 있는 품목으로 우리 식탁에 빠질 수 없는 대표 채소다. 일반적으로 봄배추는 6∼7월, 여름배추는 7∼9월, 가을배추는 11∼12월, 겨울배추는 1∼2월에 수확한다. 품질이 낮은 편인 여름배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의 봄배추를 사용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에서 봄배추에 CA저장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9∼10월까지 3개월 이상 신선도를 유지했다. 여름배추 대신 품질 좋은 봄배추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천마는 봄, 가을에 수확하는데, 봄 천마는 종자로, 가을 천마는 식용으로 주로 이용된다. 생천마는 쉽게 썩어 1개월 이상 저장하기 어려워 건조해 유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생천마 소비가 늘면서 새로운 저장기술이 필요해졌다. CA저장기술을 적용하면 4개월까지 저장 가능해 천마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CA저장만큼 농산물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기술은 아직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국산화된 CA저장고는 5평 내외의 작은 컨테이너 형태로 국가 주도 시범 보급을 통해 현장에서 조금씩 활용되고 있다. 50평 이상의 대규모 외국 저장고와 경쟁하려면 규모화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 요구도가 높은 자두, 복숭아, 포도 등으로 대상 작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