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선진화 위한 필수 품목 시장 확대 기대
재정부족·경제제재, 단기간 성장 다소 부정적

미얀마는 67.6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부 지역으로는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이라와디(Irrawaddy) 강 유역을 끼고 있다. 기후 또한 농사에 유리한 열대 몬순 지역(Monsoon)에 속해 전통적으로 농업국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농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농업 생산량은 2022년에도 여전히 국가 경제의 13.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3대 작물인 쌀, 콩, 유지(油脂)작물도 각각 국가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콩은 쌀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미얀마 정부가 수출 주력 품종으로 주목하고 있다. 현지 관세청 관계자는 농산물이 미얀마 전체 수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평균 20~30%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쌀과 유지작물도 국민기초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취급되어 정부의 세심한 관리를 받고 있다.

본지는 미얀마의 농기계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KayThwe Oo 코트라 미얀마 양곤무역관의 미얀마 농기계 시장 관련 보고서 내용을 정리해봤다. 

◇ 농업의 후진성과 낮은 생산성

미얀마의 농업 생산성은 자국이 지닌 천혜의 자연조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미얀마의 2013-2014 회계연도 벼 생산량이 헥타르(ha)당 평균 2.73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캄보디아를 제외한 인근의 아시아권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2021년 군부 쿠데타 등 농업 선진화 추진에 불리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에 그동안 생산성 개선에 큰 진전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2014 회계연도에 집계됐던 미얀마와 주변국의 헥타르당 벼 생산량 (단위: 1헥타르당 생산 톤) [자료: 세계은행 보고서 ‘Myanmar: Analysis of Farm Production Economics]

국제기구들은 미얀마를 농업 후진국에 머물도록 하는 요인으로 관개(Irrigation) 부실, 질 낮은 비료의 사용, 낮은 농업 교육 수준 등을 언급한다. 세계식량기구(World Food Programme)는 비교적 최근인 2021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관개용수 공급 면적이 전체 농지의 16.2%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고품질 화학비료의 필요성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이 아직까지 매우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세계은행의 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공통으로 거론된다.

◇ 농기계 보급률의 정체와 생산성 개선 부진

농촌의 낮은 기계화율 또한 농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미얀마 농축산관개부(Ministry of Agriculture Livestock and Irrigation) 산하 농업기계국(Department of Agricultural Mechaniztion)에서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까지도 농기계 보급 상황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농기계 보급의 정체와 농기구의 활용 (단위: 천 대) [자료: Department of Agricultural Land and Management]
농기계 보급의 정체와 농기구의 활용 (단위: 천 대) [자료: Department of Agricultural Land and Management]

2010-2011 회계연도 1만1000대가 보급돼 있던 트랙터가 6년 후인 2020-2021 회계연도에 3만9000대까지 늘었고 양수 펌프도 양호하고 공급되고 있으나 다른 농기계류의 누적 공급 수는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파종기의 경우 공급이 거의 늘지 않았으며, 로터리식 쇄토정지기(Rotary Harrows)는 누적 보급량이 오히려 감소했다. 농업 운반용 카트의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는 2030년 농업기계화율을 6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신‧구정부 공통의 ‘30개년 마스터플랜’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결과로, 정부의 농기계 공급 계획이 원활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전근대 농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농기구의 사용량은 오히려 완만히 늘어나고 있다. 쟁기(Harrow)와 써레(Harrow)의 사용량은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광업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농업용 삽의 사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영세 농가들은 이와 같은 농기구와 가축의 힘을 활용하는 재래식 농법으로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축산관개부 관계자도 “농가별로 소규모 사육되는 2~3두 정도의 소는 육우(肉牛)가 아니라 모두 농업용 가축이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하며 미얀마의 기계 활용 빈도가 낮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도시지역 외곽의 농촌을 방문하면 소와 쟁기를 이용해 논밭을 경작하는 전근대적 풍경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기계 보급이 정체되는 주된 이유는 농가의 재정 부족이다. 비료와 종자도 대부분 대출에 의존해 조달하는 있는 영세 농가들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미얀마 정부도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농촌의 기계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먼저 농업 현대화의 주무부처인 농축산관개부가 저소득 농가의 기계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만기 3년에서 5년 사이의 할부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Ministry of Planning and Finance)도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 5%의 이자율로 3년에서 5년 만기로 할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할부 구매 여력이 없는 농민을 위해서는 기계 임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무부처는 농축산관개부로, 지역마다 사무소를 설치하고 경운기, 트랙터, 이앙기, 건조기 등의 농기계를 영세 농민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현지 정부의 재정 또한 충분하지 못해 지원을 통한 기계화율 제고에도 한계가 있다. 농축산관개부 관계자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 농가가 기계를 대표로 할부 구매하거나 임대해 농촌별로 공유하는 현상이 매우 흔한 편이다.”고 언급하며 정부 지원을 통한 기계 보급도 수요를 완벽히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에는 국제사회 제재로 공적개발원조(ODA)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재정으로 주도하는 농기계 보급 사업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지 정부는 농기계 구매 지원 프로그램 외에 해외 수입의 장려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얀마 농업 현대화의 핵심 물자임에도 제조 기술 부족으로 농기계를 자체 생산할 수 없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정부는 국제사화의 제재로 외환 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외화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수입 라이선스(Import License)’ 사전 심사 대상을 사실상 전 품목으로 확대했으나 농기계류에는 심사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얀마 상무부(Ministry of Commerce) 관계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농기계류는 우선 수입 대상 제3순위 품목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HS Code 4자리를 기준으로 분류한 건조기(8419), 분사기(8424), 양하용 기계 및 컨베이어류(8428), 경작용 롤러(8432), 수확기 및 탈곡기(8433), 농업, 원예, 가금 사육용 기계(8436) 등에는 아예 수입 라이선스 발급 심사가 면제된다. 단,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농가 재정에 한계가 있어 라이선스 발급 면제에도 수입 자체는 부진한 편이다. 실제로 분사기(8424)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은 2022년 수입액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 시사점

미얀마 정부는 앞으로도 농기계 보급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권 중인 군정도 과거 농촌 현대화를 추진했던 민주정권과 마찬가지로 농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농업을 자국의 ‘자급자족 체제 확립’에 가장 핵심적인 산업으로 보고 있어 해외로부터의 농기계 수입에도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의 노동력 감소도 현지 정부가 농기계 도입을 서두르도록 하는 원인이다. 미얀마의 통계상 농업 종사자 수는 여전히 68% 내외이지만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실질적 노동력 부족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산관개부 관계자는 “젊은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면서 농촌지역의 인력 유출이 심각해졌다”며, “이는 통계에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수치로, 노동 집약도가 높은 미얀마 농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당히 많은 수의 미얀마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태국과 인도는 물론 라오스까지 나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들 대부분은 농촌 지역의 젊은 층 인력들이다. 농축산관개부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인력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농기계 보급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같은 시급성에도 현지의 경제난과 재정 부족 등의 악재가 단기적으로는 농기계 보급 확대를 정체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장려에도 농기계 구매를 위한 자금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과 무관하게 농업 육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호전될 경우 농기계 시장은 다른 품목보다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얀마의 경제 환경 변화에 주목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농기계 시장을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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