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계 안전사고 예방교육, 농업기계 기종별 교육, 귀농·귀촌교육  등 우리시에서 운영하는 농업기계 교육 강의를  진행할 때 항상 교육생들에게 퀴즈를 내곤 한다. 트랙터 사진, 삽 괭이사진, 비료 사진을 늘어놓고 기계와 기구를 구별하는 퀴즈다.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트랙터와 삽괭이는 기계와 기구로 잘 구분을 하지만 비료, 육묘용 트레이 등은 어는 범주에 속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 기계는 아닌 게 확실한데 선 듯 기구라고 말도 못한다. 그때 농자재라는 정답을 알려주면 그때서야 아!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는 때론 이처럼 농업에 문외한인 교육생들을 상대로 농업기계라는 위험하고 어려운 대상에 대해 그 중요성을 알려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전국에 계신 농업기계 안전전문관과 농업기계임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직원 분들이 농업기계 사고예방과 밭농업기계화율 제고를 위해 고군분투함으로 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기계 사고는 좀처럼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매년 영농철 단골 뉴스로 등장하곤 한다.

지난달 우리시에서도 70대 농업인이 농업기계 전복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이라는 책무를 부여받은 나에게는 정말로 가슴 철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소식을 전해 듣고 무엇이 문제일까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시스템의 문제일까, 개인의 부주의 문제일까, 사고사례, 유형, 통계 등 말로써 설명하는 교육의 효과는 과연 있는 것인가 등 복잡한 심정으로 지금까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교관”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교관이란 단어 자체가 누군가를 통제하고, 따르도록 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농업기계 안전에 관해 그만큼 영향력을 미치는 대상으로서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여겨지고 언제든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농업기계 담당자중 한명이기를 바랄뿐이다.

농업기계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휴식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농작업에 임해야 한다. 

농업기계 실습 교육을 하다보면 빨리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양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교육생들을 자주 보곤 한다. “농업기계를 다룰 때는 빨리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하면 70점 안전하게 하면 100점”이라고 강조해서 말씀드린다. 또한 농업인들도 농작업 시 안전모, 안전보호구 착용과 음주를 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분석 업무상 재해 율은 농산업근로자가 전체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안전모 등 보호구 착용은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농업종사자의 안전보호구 착용 의무화 규정을 법제화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이런 관행과 문화를 개선하고 일깨워 주는 일에 일선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농업기계 안전전문관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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