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농업 현황
피벗 관개·태양열 펌프방식으로 농업 용수 공급
밀·쌀·렌틸 콩·과일 등 대부분 아랍국가서 수입

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는 북쪽에 이집트, 남쪽에 남수단, 동쪽에 홍해를 끼고 있으며 나일강이 수단의 중심부를 관통한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세 번째로 넓은 186만 제곱미터의 면적을 보유하고 있어 농업이 매우 중요한 산업이나,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아직까지는 개별 심사나 허가 등에 의존하는 편이다. 수단은 농업 분야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 및 농업의 현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등이 부족해 현실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본지는 수단의 최근 농업현황에 대해 알아본 김재우 코트라 수단 카르툼 무역관의 보고서를 정리해봤다.

 

◇ 나일강 수자원의 두 가지 공급 방식

드넓은 땅이 있으나 농토로 활용되는 지역은 나일강 유역을 따라 펼쳐져 있는 경지다. 해당분야의 비효율적인 경작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으나 수단은 현재 각종 프로젝트 자금지원이 중단돼 이마저 쉽지 않다. 광활한 농지를 개간하기 위해 농지 정비, 가축 생산 증대, 농업과 관련된 가공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는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식량안보 문제가 심화되면서 막대한 농업 자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수단 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분야 중에는 관개 수로도 있는데, 관개 수로를 이용해 농업 용수를 공급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피벗 관개방식(Pivot Irrigation)을 들 수 있다. 중앙 원형 관개 방식이라고도 하는데 피벗에 설치된 장비가 나일강에 놓인 수로를 따라 물을 모은다. 이 지점에서부터 기다란 파이프라인을 원형으로 회전시켜 농작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수도 카르툼 동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사막 지대에서 이 방식을 활용하는 회사가 있다. 알 와하(Al Waha)사는 수단 최대의 민간기업인 달(Dal)사의 자회사인데 파이프로 연결된 원형 지름이 약 900미터에 이르는 방식으로 대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의 매니저 아흐메드 씨에 따르면 여기서 재배하는 풀을 바로 인근지의 모회사가 운영하는 젖소 농장으로 보낸다고 한다. 모회사인 달(Dal) 기업은 수단 전역에 우유와 치즈, 유가공품 등을 생산 및 유통하는 사실상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과거에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수단의 토종 젖소들은 살이 잘 찌지 않아 우유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는데 사료를 못 먹어서라기 보단 체질적인 문제로 판단돼 수입산 젖소를 검토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기업에서는 수소문 끝에 주로 네덜란드, 호주 등지에서 젖소를 수입해서 키웠고 젖소들의 우유 생산량은 많은데 수단의 더운 날씨를 못 버티고 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이 축사 지붕 위에 파이프를 길게 늘여 뜨려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주로 가축들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과거에도 인근 아랍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편리한 방식으로 사용돼 왔기에 수단에도 경험이 제법 축적돼 있는 분야다.

두 번째는, 태양열 펌프 (Solar Irrigation Pump)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이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이고 언젠가는 국가의 전력원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은 수단 정부도 익히 알고 있다. 또한 기존 방식으로는 최근 2년 사이 10배 이상 급등한 디젤유와 전기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도 봉착해 있는 게 사실이다.

태양열을 이용한 펌프는 한번 설치하면 운영 비용이 상당히 낮다. 수단의 경우 연중 고온 날씨가 대부분이며 나일 강 유역이 넓은 지역 특성상 가장 유리한 지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의 주요 단점은 초기 투자비용이다. 수단 정부 역시 관개용 용수 펌프에 태양광 에너지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나 외국인 투자나 원조가 저조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수단의 정치 상황이 안정화 될 경우 외국인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튀르키예도 수단의 농업 투자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협에 해당하는 터키의 지랏(Ziraat) 은행이 무역관 입주 건물을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수단 농업 시장의 두 가지 범주는 농작물과 농기계로 구분

수단은 경작지 활용도가 낙후돼 있어 농산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 쌀, 렌틸 콩, 과일, 채소, 차, 커피, 향신료 등 대부분 꼭 필요한 식량자원이며 인근 아랍국가들에서 수입을 하거나 원조를 받고 있다.

이 중에서 빵의 주원료가 되는 밀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전체 수입 농산물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통계적으로도 수단의 심각한 식량난을 보여준다. 최근 3개년 동안의 수입금액을 보면 2021년의 6억7000만 달러에서 작년에는 10억6000만 달러로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수단은 농작물과 별도로 농업 기자재 시장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내는데, 여기에는 농기계, 장비, 비료, 종자 및 각종 포장재를 모두 포함한다. 기자재를 농기계류 등과 비료, 종자처럼 농산물 분야로 구분하지 않는 게 우리에겐 다소 의아해 보이지만 수단 농림부 관계자의 의견에 따르면 통계 편의상 합쳐놓은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비료 수입량이 2021년 7500만 달러에서 작년 2억1000만 달러로 약 3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한 수입 바이어에 따르면 “최근에 농부들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많이 찾고 있어, 주문이 많아져 과거보다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 주요 인증은 부처 내 담당부서별로 나눠져 있어 확인이 필요

농기계와 관련 장비들은 수단 농업부 내의 농업 엔지니어링 관리국에서 인증 및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선 수입자가 수입 하고자 하는 기계류의 제품 설명서를 제출하면 이곳의 엔지니어들이 기계 및 장비에 대한 서류 검토를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샘플을 요구해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고 이 시험결과에 따라 수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종자 수입은 농업부의 종자 관리국에서 담당을 하며, 이 또한 시험 검사를 위해 수입할 종자 샘플을 제출한 후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종자 관리국에서는 종자의 순도, 습도, 기생충의 유무를 확인해 종자가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다시 실험실에서 파종을 직접 하게 된다. 이 때 발아 실험을 실시하고 발아율 및 상태를 관찰해 포장 실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수입 허가를 실시하게 된다

비료의 경우, 수입업체가 농업부 비료 관리국에 실험실 분석 증명서, 화학 비료 및 농업 비료의 화학 분석 증명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 때 상품명, 성분 비율, 이름 생산업체 및 원산지, 수입 비료의 종류, 중량, 생산일자, 유통기한, 사용기한 및 사용방법 등을 모두 기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충제의 경우 사전에 판매자가 농업부에 살충제 취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수입업자는 국제 살충제 위원회(National Council for Pesticides)에서 발행한 살충제 수입 허가, 선적항에서 국제 검사원이 발행한 분석 증명서 및 원산지 증명서 등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 우리 기업의 진출방안

농기계 및 장비는 수단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중국, 인도산 처럼 가격이 저렴한 기계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수단의 농업 부문 바이어들에 따르면 수단 농업시장 역시 한국산, 유럽산 제품들이 품질 면에서 월등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고집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주로 형성돼 있다. 

다만 최근에 에이전트들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농촌 지역에 대리점 및 서비스 센터를 확장하고 있는데 잔 고장이 많은 기계류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어 앞으로의 진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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