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농업기계학회 이강진 회장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이강진 회장

농가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이동 제한과 국내 유입 감소에 따른 노동력의 부족으로 농업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까지 받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농작업에 투입되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농업기계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021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약 5~7ha에서의 논벼 직접 생산비는 1.5~1.7ha 미만과 비교하면 약 19%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나, 농가의 영농 규모화는 농업기계 이용비와 노력비 절감 등을 통해 생산비 절감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기계의 방향은 영농의 규모화와 함께 대형화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단위 기술의 개발과 적용, 응용은 기계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규모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할 때 획기적인 기술 발전과 농업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험에 기반한 전통적인 농업 생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술로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농업에 관한 관심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자동화의 수단에 머물렀던 농업기계도 농장의 토양이나 기상 환경, 작물의 생육상태, 농산물의 수확량과 품질 등에 대한 데이터 축적과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관리 전략을 모색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데이터에 기초한 디지털 전환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아직은 요원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앞으로의 미래는 사람의 지능과 판단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농사를 짓고,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며, 서로 간의 유기적인 정보 전달을 통해 농산물의 생산에서 운송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무인 항공기와 무인 자동차를 통해 농작물을 운송하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농업에서의 4차산업혁명 기술은 농업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및 생산성 저하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에 따른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이미 농업 현장에서 그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의 기조연설에서 미국 존디어사의 CEO인 존 메이는 자사의 트랙터를 소개하면서 잡초만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초제를 살포하거나 적시 적소에 비료를 살포하는 등의 정밀농업기술은 농업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기존보다 농약이나 비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임을 역설하였다. 일본 구보다에서는 스위치 하나로 농작업을 자동으로 시작하고, 트랙터와 작업기가 서로의 통신규격에 따라 기능별로 대응하며 PTO나 유압, 히치, 주행부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였다. 베일러의 경우 건초의 수집에서 배출까지 약 10단계의 공정을 2단계까지 줄임으로써 작업 부하의 경감과 작업 쾌적성의 향상, 반복 작업의 감소로 인한 장시간 작업의 피로도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새로이 개발한 센싱 기술을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와 이를 이용하는 정밀 자동 작업 등은 농작업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기계분야도 데이터를 농작업에, 농업생산에 실제 응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의 표준화에 대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최근 농업기계분야에서의 통신규격에 대한 논의가 많다. 데이터 농업을 통한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해서는 농작업기계간의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통신규격과 이들의 관리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연결의 시대이다. 서로 다른 장치들이 연결되지 못하고 독자적인 작업을 하도록 한다면 우리는 그만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작업기계들이 별도로 수행하는 순차적인 작업으로 인하여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원활하게 연결된 작업을 수행한다면 농작업의 효율도, 농업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구보다의 트랙터나 농작업기도 그러한 면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통신규격과 관련해서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경우 트랙터와 부속작업기 등에 대한 규격을 표준화해 왔으며 일부는 합의점을 도출하고 성과물들을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기계와 농기계, 농기계와 부속작업기 사이의 통신규격의 표준화는 불필요한 일을 줄여줄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수소나 전기 등의 친환경 동력원을 이용한 농업기계의 개발도 중요하며, 수출을 위한 110kW급 대형 수소 트랙터의 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농업기계 간의 통신 규격화와 표준화를 통하여 불필요한 발걸음을 줄이는 것이다. 업체마다 각자의 규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출발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 위에서 출발할 때 덩치가 큰 남들보다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고 보면 우리나라 농업기계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리 실정에 맞는 밭농업기계도 개발해야하고, 인력 부족에 대비하여 무인화에 중점을 둔 첨단 농기계도 개발해야하고, 농기계간 또는 부속 농작업기와의 통신의 표준화 등도 고민해야 한다. 
농업인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농업기계 관련 종사자도 부족한 시점에서, 힘들긴 하겠지만 올 한 해가 새로이 도약하는 해가 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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