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과학원 김국환 농업연구사
국립농업과학원 김국환 농업연구사

전세계는 지금 COVID-19로 팬데믹 상황에 처해 있지만, 더 심각하고 지속적인 문제는 공장, 자동차 등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 가스 6대 온실가스 :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로 국제기구협의회 지정로 인한 지구 온난화이다.

유럽 등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사회적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이를 저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엔진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농기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어 이를 충족시킬 해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여러 산업 분야에서는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로봇 및 빅데이터 기술 등과 접목하여 자동화, 디지털화를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는 센서와 컴퓨터, 로봇 기술 등을 접목한 지능화, 무인화를 통해 인력난 해소, 농작업 편이성 제공 등 현안 문제 해결하고 고투입, 다수확 농법의 한계를 극복하여 농가의 소득 증대 및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할 뿐 아니라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지능화와 내연기관을 대신할 농기계 전동화를 통해 탄소 저감 등 농업 환경 부담을 감소시키고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 공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 농기계는 기존 농기계에서 농업 로봇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로봇 기술과 접목한 농기계로 사용자의 농작업 편이성을 극대화시켜 최소한의 인력으로 농사를 가능하게 해준다. 간단한 예로, 고정밀 GPS와 전동형 핸들 등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기존의 트랙터나 관리기에 접목하면 작업자 대신 농경지를 10cm 이내의 오차로 스스로 주행하면서 경운, 정지, 파종 등의 농작업을 도와 줄 수 있다. 최근 업체에서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되고 있는 직진주행 이앙기의 경우도 2인이 하던 모내기 작업을 1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러한 첨단 농기계 및 농업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센서나 동력전달장치의 구동을 위해 독립된 동력원을 사용하거나 농기계에 장착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농기계의 농작업 부하가 점점 커지고 다양한 장치들이 활용되면서 농기계 동력원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는 전동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농기계로 인한 배기가스 배출량은 현저히 줄어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농기계의 전동화와 더불어 농업 환경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비료와 농약과 같은 화학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과도한 비료나 농약 사용으로 인해 농작업 비용의 낭비도 있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환경 부담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밀농업 기술을 토대로 실시간으로 변량 시비 및 방제하는 기술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한 예로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과수원에서 과수의 형상과 유무를 판별하여 농약을 살포하는 지능형 로봇 방제기를 개발하여 농약 사용량을 최대 40%까지 줄여 농약 생산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비산으로 인한 주변 작물 피해 최소화, 농약으로 인한 환경 보상 비용 절감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논이나 밭, 과수원 등의 농업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제초 로봇을 개발하여 제초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 

이렇듯 농기계의 지능화, 무인화하는 과정에서 전동화 및 친환경 기술들은 당연한 양상처럼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경운, 정지 등 고부하 농작업, 열악한 환경에 견딜 내구성, 배터리 용량 및 효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지만,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개발된 첨단 농기계가 연구 개발에만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를 상용화하여 농가에 보급하는 것도 중요한데, 첨단 농기계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 및 관심 부족, 비싼 구입 비용, 인프라 및 설비의 부재 등으로 인해 보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특히, 첨단 농기계를 제작, 판매할 업체들의 수도 적은 데다가, 농작업 특성상 그 수요가 적어 선뜻 업체들도 첨단 농기계를 제작, 판매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발 인력의 확보도 중요한데, 이를 충원할 여력 또한 많지 않다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급 초기에는 사용 주체인 농민들을 수요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각 도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센터, 농협 등을 통한 임대 또는 보급 사업을 추진하여 첨단 농기계 제조사로 하여금 최소한의 공급 물량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수요가 적은 만큼 선순환적 보급 구조를 통해 농민도 부담없이 첨단 농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신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첨단 농기계 제조업체들도 겪고 있는 인력난과 마찬가지로 첨단 농기계의 활용 방법이 사용자 편이에 맞춰 단순화하더라도 보급 초기에는 안전성 확보, 작업 환경 적용 및 초기 작업 설정 등 전문적인 교육을 위한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이렇게 기초 인프라 구축, 첨단 농기계 제조업체 활성화 및 농업과 로봇 기술을 결합한 전동화, 무인화된 첨단 농기계를 기반으로 한국형 미래 농업 모델을 제시한다면, 인간과 첨단 농기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서 한국형 첨단 농기계 기술의 미래 비전과 핵심 기술로써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농업은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점차 기술 집약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병해충 진단 및 작황 예측 등 의사 결정 시스템의 진화, 지속적인 기계화와 자동화 및 로봇화를 통해 첨단화되어 가고 있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농기계는 지능화, 전동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외 농기계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과 공존하며 작업해야 하는 농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조속한 상용화는 아직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그래도, 자율주행 트랙터, 직진주행 이앙기 등 일부 상용화된 제품들을 필두로 첨단 농기계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 농기계업체, 연구기관, 대학, 농업인 모두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여 첨단 농기계를 통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머지않은 미래에 첨단 농기계, 농업 로봇이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무인 농업 시대가 도래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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