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한계·인프라 부족은 걸림돌

농기계 업계에도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전기트랙터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TYM은 양산형 모델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동은 전기트럭과 전기스쿠터에 이어 전기트랙터 개발 로드맵을 완성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트랙터가 상용화되려면 전기배터리 구동력 한계와 배터리 충전시설 미비 등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TYM은 지난달 초 업계 처음으로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했다. 에너지대전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혁신’을 주제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에너지 분야 전시회다. TYM은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개발한 탄소배출 없는 EV 트랙터 ‘TM57ev’를 이곳에서 공개했다. 모터 출력은 정격출력 50킬로와트(㎾), 최대 출력 100㎾이고 배터리 용량은 32킬로와트시(㎾h)다. 현재 판매 중인 소형 트랙터와 유사한 사양이다.

TYM은 “한전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트랙터 제작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독일의 글로벌 엔진기업 도이츠와의 업무협약을 맺어 전기트랙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TYM은 같은 기간 열린 2022 탄소중립 엑스포(EXPO)에 회장사로 참가해 친환경 프로젝트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전기트랙터 모델은 콘셉트 모델로 양산 계획은 아직 없다. TYM은 2025년부터 소형 전기트랙터 모델 생산이 가능하도록 추가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동은 전기트랙터를 선보이기에 앞서 자회사 대동모빌리티를 통해 배달용 전기스쿠터 생산을 시작했다. 전기스쿠터는 배달원을 타깃으로 한 제품으로 배터리 충전식이 아닌 교환식(BSS)으로 개발됐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배터리 스테이션에서 배터리를 바꾸면 된다.

전기트럭 개발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전기차 스타트업 ‘퓨쳐EV’와 손을 잡고 0.5톤(t) 경형 모델로 개발 중이며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동은 잔디깎기 등 소형 농기계 전동화도 준비 중이다. 트랙터 분야에서는 과수원 등에서 쓰이는 20마력대(약 15kw) 소형 전기트랙터 개발 로드맵을 완성했다.

그러나 전기트랙터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디젤엔진보다 약한 전기배터리 구동력이 첫 번째 걸림돌이다. TYM이 이번 에너지대전에서 공개한 전기트랙터는 완충에 4시간이 걸리고 최대 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트랙터는 보통 쟁기나 수확기 등 작업기를 연결해 쓰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시간은 이의 절반인 2시간 수준이라고 한다.

대동도 앞서 지난 2013년에 전기배터리와 디젤엔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트랙터를 개발했었으나 제품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농기계 특성상 일반 승용차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이에 맞는 배터리를 장착하려면 단가가 너무 올라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다. 대동은 최근 전기트랙터 개발을 다시 시작했지만, 이는 내수가 아닌 수출이 목적이다. 소형 트랙터 수요가 국내에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충전 시설이 부족해 농가 보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TYM이 공개한 콘셉트 모델 역시 상용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닌 전용 충전기로만 충전을 할 수 있어 추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트랙터의 경우 기존 상용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그런데 아직 국내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특히 농촌의 경우 주요 관공서나 대형 아파트 단지에만 전기차 충전시설이 일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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