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농업연구사 김진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농업연구사 김진세

킹스베리는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2008년부터 8년에 걸쳐 개발한 품종으로 높은 당도, 은은한 복숭아향과 풍부한 과즙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킹스베리는 열매 무게가 60~100g으로 설향의 2~4배에 해당하지만, 단단한 정도는 설향과 유사한 10.5g/㎟ 수준으로 운송 도중 충격이 가해지면 설향보다 2~4배 쉽게 물러지는 문제가 있다.

논산 킹스베리연합회에서는 일본 딸기보다 맛있는 딸기를 생산하였으나 수출 도중 딸기가 물러지면 외국에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며 농촌진흥청에 킹스베리의 물러짐을 줄이는 포장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기존의 과일 망사 폼형태의 포장으로는 킹스베리의 물러짐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2021~2022년 2년간 킹스베리 전용 수출포장을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물러짐을 줄이기 위해서는 딸기의 형상으로 최대한 넓은 면적을 지지하는 형태의 포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재질 중 가장 탄성이 좋은 것은 식품포장용 랩이지만, 달라붙어서 딸기 난좌 형상으로 가공하기 쉽지 않고 늘어나기 전에 딸기가 물러진다.

라텍스 장갑 재질의 고무는 탄성력이 좋아서 적용할 수 있으나 열성형이나 접착이 불가능하여 가공성이 떨어진다. 특히 코로나19로 수술용 장갑 품절 현상이 나타나며, 천연라텍스 원료와 장갑 수요가 크게 늘어 라텍스 원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 국내에 금호석유화학이 니트릴라텍스 원료를 생산하고 있었고 해당 연구소의 도움으로 니트릴라텍스 원료와 장갑 제조 기술을 조언받아 자체적으로 제작실험을 하게 되었다. 시험제작한 라텍스 난좌로 킹스베리를 저장하고 진동시험을 한 결과, 충분히 물러짐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라텍스 재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경제적으로 난좌를 생산하지 못하면 실제 적용이 어렵다. 라텍스 난좌를 생산할 공장을 조사하였는데, 고무장갑이나 콘돔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다행스럽게 전남 보성의 하얀손산업에서 생산에 협조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라텍스 장갑 금형은 일반적으로 도자기 재질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는데, 코로나19로 장갑 금형 이외의 다른 금형 생산이 불가능하여,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금형을 만들게 되었다.

일반적인 3D프린터용 플라스틱으로는 산성 용액과 염기성 용액, 액체 침지와 고온 건조 등의 제조공정에서 금형이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으며,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내열폴리우레탄(TPU; Thermal Polyurethane) 재질만이 금형으로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다.

2021년 12월에는 1차로 라텍스 난좌를 만들어 농가의 평가를 받았는데, 킹스베리가 더 돋보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개선이 필요했다.

올해는 킹스베리가 돋보일 수 있는 겉포장을 설계 제작하였고, 쉽게 포장하는 틀까지 제작하여 농가에 제공하였다. 이러한 라텍스 난좌는 충격실험에서 비포장보다 충격을 75%까지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킹스베리 형상에 밀착하여 하중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라텍스 장갑과 함께 난좌를 생산하기 때문에 장갑색상에 따라 흰색, 분홍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난좌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번 12월 시범 수출에는 파란색 난좌를 이용한 포장이 사용될 예정이다.

라텍스를 이용한 과일 완충재는 그 개발과정을 보더라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으나, 금호석유화학, 하얀손산업 등 국내 기업의 협조로 개발이 가능하였다. 앞으로도 관련 포장방법을 보다 발전시켜서 우수한 국내 농산물의 수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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