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를 먹이로 누에를 키워 비단을 짜는 농업을 양잠(養蠶)이라고 한다. 1970년대 우리나라 1등 수출 품목은 바로 이 양잠을 통해 생산한 생사(生絲)였다. 

역사적으로 양잠업은 삼한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원시적인 형태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왕이 적극적으로 권장할 정도의 분야로 성장했음을 실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조 때는 「농상집요(農桑輯要)」를 번역하여 잠업기술 개량과 보급을 장려했으며, 세종 때는 「양잠방(養蠶方)」을 간행하여 양잠기술을 보급하였는데, 이때 고치 생산량이 기존의 두 배나 되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양잠은 쌀, 면화, 축우와 더불어 일제 수탈의 가장 중요한 종목의 하나로 지목되었으며, 이에 일제는 잠업 장려와 증산에 몰두했다. 광복 후에는 양잠업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중요 수출사업으로 육성됐다. 양잠업의 성장은 1990년대 대체 섬유의 개발과 생사 수입 자유화 등으로 멈췄으며, 양잠업은 사양산업의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 누에는 가공품 산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농촌진흥청은 누에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얻었는데, 대표적인 성과로 홍잠과 누에동충하초를 들 수 있다. 홍잠(弘蠶)은 고치를 짓기 직전에 몸속에 견사선이 가득 찬 익은누에(숙잠)를 수증기로 익히고 동결건조한 것으로, 숙취와 독성물질 섭취로 인한 간 질환 예방, 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음이 연구로 밝혀졌다. 누에동충하초는 누에 몸속에 동충하초균을 심어 재배하는 약용버섯으로, 면역력 향상, 콜레스테롤 안정, 심혈관 보호 등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대다수 국내 잠업농가는 여전히 전통적인 양잠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적인 양잠업에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사람이 하는 뽕잎 제공과 분변 제거 작업 등을 기계화,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장에서는 고부가가치 홍잠 등을 생산하기 위해 최적의 익은누에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는 기술, 깨끗한 실크를 얻기 위해 건강한 고치를 판별할 수 있는 비파괴 판별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 양잠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 양잠 기술은 오랜 시간 축적된 양잠 경험을 첨단 기술로 모델링한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계 등에 접목한 기술로, 노동력과 시간은 줄이고 누에가 식품, 화장품, 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축산법 시행규칙 위임 고시인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을 개정하였다. 이로써 누에를 비롯해 갈색거저리, 장수풍뎅이 등 곤충 14종이 가축으로 인정받았다. 14종에 해당하는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는 축산농가로 인정받았으며, 이에 따라 곤충 사육시설도 축산시설로 인정되어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누에 사육시설에 첨단 스마트 농업 기술이 접목된 미래 양잠을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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