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호당 경지면적이 조금씩 늘어났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산성도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농업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16%에서 2020년 2.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080만 명에서 231만 명으로 80%가까이 줄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농업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42.3%를 기록, 2010년 21.7% 대비 두 배나 많아졌다. 전체인구 중 고령인구 비중은 16%인데 비하면 무려 2.6배나 많은 수치다. 또한 농가 경영주의 평균연령도 지난해 66.1세로, 2015년 65.1세 보다 1.0세 올라갔고, 2010년 58.3세 보다는 7.8세 많아졌다. 게다가, 농업기술센터가 있는 157개 지자체 중 97개는 소멸위험 기초지자체로 분류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

이와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4차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인공지능 및 로봇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산업 분야의 기술들을 다양한 농작업에 적용해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한 면으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제4회, 2019)에서 농림 위성 농업로봇 등을 활용해 스마트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이를 뒷받침하듯이 과기부, 농림부, 농진청에서 공동으로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사업, 노지분야스마트농업기술단기고도화사업 등을 통해 4차산업 핵심기술(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과 결합한 첨단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방제로봇.
무인방제로봇.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여성화로 인한 농업 인력의 감소는 농촌 소멸화라는 극단적인 양상까지 치닫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 노동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도 코로나로 인한 외국 노동자의 유입이 어려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를 대신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농기계의 지능화, 무인화를 통해 최소한의 농업인 또는 농기계 스스로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로봇인공지능연구실에서는 최근 고가의 고정밀 측위시스템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접목한 영상 인식 기반의 트랙터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했다. 영상을 통해 얻은 경운·미경운 경계를 인식하고 이를 추종하면서 자율주행하는 기술로, 작업속도 3km/h로 주행 시 ±9.5cm 이내의 오차로 주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예산으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고 영상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인식하거나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2020년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과수원에서 이용 가능한 지능형 무인 방제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토마토 수확량 예측로봇.
토마토 수확량 예측로봇.

미리 입력된 과수원 내의 정해진 경로를 자율주행과 동시에 나무의 유무와 크기, 모양 등을 인식해 선택적으로 약제를 살포함으로서 관행 방제기에 비해 20∼30%까지 농약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토마토 수확량 예측로봇은 온실 내에서 자율주행하면서 토마토를 인식하고, 익은 정도도 측정한다. 외부 광원의 불규칙한 환경에도 영향을 적게 받으며 토마토끼리 붙어 있거나 잎이나 줄기, 토마토 뒤에 숨겨져 있어서 조금만 보이는 경우에도 개체를 분리해 인식할 수도 있다. 이 로봇을 통해 며칠 후의 출하량을 미리 추정할 수 있어 경영 계획의 수립에 도움될 것이다.

과수원용 지능형 제초기.
과수원용 지능형 제초기.

현재는 시설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과수원 등에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이외에도 과원에서 고역 작업이면서 작업이 빈번한 제초 작업을 로봇화 기술과 접목시켜 농작업 편이성을 제공하기 위해 사과 과수원용 지능형 제초기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LiDAR를 활용해 과수열, 선회구간, 장애물 등을 인식해 자율주행하면서 과수 사이 제초가 가능한 가변형 제초기를 장착해 현장적용 시험 중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농업로봇의 기술들은 농업에서 아직 도입기이다. 이렇게 개발된 첨단 농기계 및 농업로봇이 연구 개발에만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를 상용화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첨단 농기계 및 농업로봇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 및 관심 부족, 비싼 초기 가격, 인프라 및 설비 등의 부재로 인해 보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기에는 사용 주체인 농민들을 수요 대상으로 해 보급하기 보다는 각 도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센터 내에 전문가를 통한 임대 또는 보급 사업을 추진해 첨단 농기계 제조사로 해금 최소한의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판로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수요가 적은 만큼 선순환적 보급 구조를 통해 제조업체도, 농민들도 쉽게 첨단 농기계를 거부감 없이 사용함으로써 첨단 농기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최근 IC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국내외 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의 많은 연구 개발 결과를 토대로 한 기술 변화는 첨단 농기계, 농업 로봇의 실용화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첨단농기계, 농업 로봇이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무인 농업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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