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차를 주문하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일부 차종은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만큼 자동차 수요가 많아서일까. 아니다. 생산이 부족하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2020년보다 1.3% 감소한 346만대였다. 생산이 증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반도체 부족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5천 559억달러로 전년보다 26.2% 증가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이 732억달러(94조원)로 세계 1위이다. 반도체 생산이 대폭 증가하고, 우리나라에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있는데, 반도체가 모자라다니 의아하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종합반도체기업(IDM)과 칩리스, 팹리스, 파운드리, OSAT로 나누인다. 칩리스(Chipless)는 오직 설계만 하는 기업으로 ARM, 시놉시스 등이다. 팹리스(Fabless)는 설계한 브랜드 제품을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 생산 후 판매한다. 엔비디어, 퀄컴, AMD가 대표적이다. 칩리스는 반도체 칩이 없다는 뜻이고, 팹리스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즉, 공장이 없다는 의미이다. 파운드리(Foundry)는 위탁 생산만 하는 공장이다. 대만 TSMC가 대표이다. OSAT는 생산된 제품의 검사 또는 패키징만 하는 기업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다 하는 기업이 종합반도체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이다. 종합반도체기업도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보다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300개 내외, 전기 자동차에는 2000개 내외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에어백, 후방카메라, 엔진 등 거의 모든 곳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워낙 품종이 다양하고, 차에 보통 1개만 들어가다 보니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 하나당 3~4천만대 정도 차에 탑재해야 수익성이 나온다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업체는 네덜란드 NXP 등 주요 5개 기업이 82%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뿐만 아니라 안전이 매우 중요하여 브랜드 가치가 높다. 그래서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기도 힘들지만, 끊기가 더욱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신규진입하더라도 판매처 확보가 어렵다. 종류도 워낙 많고, 소량이며, 안전성의 문제가 있는데에, 시장이 어려워 잘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확대되고, 여기에 자율주행이 첨가되면서 반도체 사용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의 확대는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인텔, 엔비디아, 삼성전자, 애플, 테슬라 등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윅스가 차량용 반도체 변위센서 IC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팹리스 업체인 텔레칩스는 자동차용 MC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여, 현대모비스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 24.6% 성장하였지만, 앞으로 계속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생산 증대를 위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와 합작으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대만 공장 안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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