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농학박사
남상일 농학박사

에티오피아의 2020년 기준 GDP는 약 1,076억 US$이며 이 중 농림수산업의 비중이 35.5%, 제조업의 비중이 5.3%, 서비스업의 비중이 36.8%이다. 상대적으로 농업 부문의 비중이 높다. 이 중에서도 최근 3년간 성장 추세를 보이는 것이 농림수산업 부문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발전 전략인 GTP II(Growth and Transformation II)을 통해 2025년까지 중저소득국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농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농업 발전 주도형 산업화 전략을 경제 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기후가 좋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4계절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일중 최저 기온이 연중 5°C에서 10°C 범위에 있으며 일중 최고 기온은 19°C에서 25°C 범위에 있다. 그나마 우기인 7월과 8월의 일중 최고 기온이 19°C 수준으로 약간 선선하게 느껴지는 정도이다. 즉 연중 작물 재배가 가능한 기온대라는 의미이다. 연간 3기작이 가능한 천혜의 농업 가능 지역인 셈이다.

우리로서는 신기하기도 하지만 적도 인근에 위치한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서 2가지 이유 때문에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농사를 1년에 한번 밖에 짓지 못하고 있으며 농업 생산성이 저조하다. 

첫째 이유는 우기 이외에는 관개용 물을 공급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농사란 비가 와야 시작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대략적으로 연간 700~1,000mm의 비가 내리며 대부분의 하천은 우기에만 물이 있고 건기에는 말라버리는 준사막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지하수는 풍부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청나일강의 발원지가 에티오피아라는 점을 상기하면 결코 수자원이 적은 나라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지하수를 적절히 개발만 한다면 연간 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작물 재배를 제한하는 요인은 에티오피아의 토양은 버티졸(Vertisol)이라는 토양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는 수백만 년 전에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화산성 진흙을 포함한 버티졸은 건조할 경우 몹시 단단해지며 수분이 공급되면 금방 진흙처럼 점착력이 강한 토양으로 변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인도네시아의 경우보다는 모래 성분이 많아서 그만큼 점착력이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에티오피아 농민들은 경운을 할 때 소를 이용했다. 그런데 소의 힘으로는 단단한 버티졸을 충분히 경운을 할 수 없어서 일단 비가 내린 후, 축력 경운 작업을 3~5회 실시하고 파종을 해야 했다. 필자가 기초조사로써 현지 농민들을 인터뷰 해보니 공통적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을 토양 경운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관개와 토양 경운의 두 가지 제약 조건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에티오피아의 농업 생산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프로젝트의 사업 지역에 속해 있는 아다(Ada'a)와 베초(Becho)의 드넓은 평원과 점점이 자라는 아카시아가 있는 풍경은 매우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위의 두 가지 제약요인만 개선된다면 이 아름다운 평원이 옥토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고 농업생산성이 개선되어 에티오피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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