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ICT어드바이저
남영준 ICT어드바이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조치는 국제금융결재망(SWIFT)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 7곳을 퇴출시킨 것이다. 은행을 통한 수출입 대금 결제를 못 한다. 금융 핵무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허점이 있다. 가스와 원유 대금을 결제하는 은행은 제외되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 세계 1위이며, 원유는 3위이다. 유럽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유럽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이는 제외하고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어 원유와 가스 수출을 막는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리라 본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다. 우크라이나는 곡창지대이다. 밀 생산이 러시아가 세계 3위. 우크라이나가 9위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해바라기 기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보리와 옥수수도 전 세계 공급량의 20% 전후를 차지하고 있어 곡물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지역에서 쌀 생산은 적으나 밀, 옥수수의 대체재로 쌀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하여 국제 쌀 가격이 동반 상승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길어지면 올 봄 밀 등 파종에 차질을 빚는다. 이는 올해만 아니라 내년까지 곡물 가격에 영향을 준다. 

러시아는 비료의 핵심 원료인 칼륨과 인산의 주요 공급원이다. 칼륨은 캐나다가 1위 생산국이고,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2, 3위이다.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으로 요소 가격이 뛰고, 칼륨과 인산 공급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비료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비료 공급의 차질은 단순히 비용 상승만 아니라 곡물 수확량 자체를 떨어뜨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농업에 더 크고, 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광물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주요 광물은 니켈, 다이아몬드, 금, 백금, 팔라듐, 철광석이다. 세계 광물 시장에서 러시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니켈 49%, 팔라듐 42%, 다이아몬드 33%, 알루미늄 26%, 백금 13%, 철광석 7%이다. 최근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전기차로 인한 수요 증가로 올 1월에 벌써 니켈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보고 있다. 한국보다 휘발유 가격이 낮았던 미국도 지금 별반 차이가 없다. 석유화학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나프타 선물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넘었다. 이는 2012년 3월1일(1,068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고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모든 제품을 압박해 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이 도래하고 있다.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이다. 올해 농사를 위해 정부에서 빨리 비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요소 대란으로 질소 비료 공급을 서둘렀지만, 이제는 칼륨과 인산 비료도 확보하여야 한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은 벌써 비료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곡물 가격의 상승은 농기계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농가들은 밀 생산을 늘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2021년에 미국 트랙터 시장은 100마력 이상이 대폭 늘면서 전체적으로 10.3% 증가하였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