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발행인
이성열 발행인

세계 굴지의 농기계 전문기업인 ‘존 디어’가 올 하반기에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초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IT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다. 존 디어가 새롭게 선보일 트랙터는 GPS 안내 시스템과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능등 최첨단 기술을 장착하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자율주행 농업기계의 개발을 진행중인 우리 입장에서 보면 선망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첨단기술의 실용화가 반드시 기업의 역사나 규모에 비례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존 디어는 모기업의 설립역사가 자그만치 185년에 이르고 95년전에 이미 콤바인을 생산했던 기업으로서 세계 기업랭킹 상위에 속해 있는 거대기업이다. 경쟁력으로 쉽게 견줄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세계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왔던 국내 농기계 메이커들은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간단없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동은 지난해 상반기에 130~140마력대의 직진 자율주행 대형 트랙터 ‘HX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TYM도 자회사 TYMICT를 통해 지난해 텔레매틱스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시연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LS엠트론 역시 자율주행 트랙터 ‘LS 스마트렉’을 출시하는 등 첨단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업계가 이같이 농업기계 첨단화의 세계적 조류에 합류한 상황에서 농촌진흥청도 AI기술을 접목한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사실상 농기계산업의 농기계 첨단화를 측면 지원하는 셈이어서 희망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국내 농기계 메이커들의 자력 개발여력 부족 때문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지원차원에서 농기계업계에 R&D자금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농기계부문에서도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첨단 농업기계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사람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착각이나 환상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운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감하여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부담을 크게 줄이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인력 무용(無用)’을 뜻하는 건 아니다. 모바일 앱도 능숙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거 간단히 설명하면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농촌의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다.

예컨대 요즘 다중이용시설을 드나들다 보면 고령자들이 방역패스 문제로 우왕좌왕하면서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농촌사회 역시 농업인의 부녀화·고령화로 자율주행 농기계 관련 모바일 앱과 맞닥뜨렸을 때 사정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 일꾼이 절실한 이유다. 

따라서 농업기계·장비의 첨단화에 접근이 용이한 농촌의 젊은 피 수혈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촌인력난을 해소하고 차제에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촉발될 실업문제까지 풀어나갈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대응책 강구가 절실하다.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소득이 접근방식에 따라 도시 못지 않다는 사실을 도시민에게 각인시켜 향농(向農)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농촌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대폭 개선하여 높은 삶의 질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정부시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젊은이 농촌유입창구는 크게 귀촌·귀농사업과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으며, 국립한국농수산대학도 농수산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사업을 보다 획기적으로 확대 시행할 경우 길지 않은 기간 내에 탈 고령화를 반드시 실현활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는 특히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다. 선거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산·학만의 주도로 정부의 첨단 농기계 기술 개발관련 투자확대와 농촌인력의 고령화문제를 담론화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여 대통령 후보자들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농업부문 공약에 필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이 당면한 현안 해소방안을 관철시킬 호기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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