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2015년, UN은 2030년까지 달성할 17개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제시하고, 이 중 두 번째 목표로 ‘굶주림의 극복(zero hunger)’을 제시하였다. 비록 우리와는 먼 이야기 같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 인구의 약 7억 명과 20억 명이 각각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사막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증가 또한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사와 직결된 식량 부족 문제는, 더 나아가 국가의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 문제를 초래하곤 한다. 즉, 식량 부족 문제는 빈곤 계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쳇바퀴이다. 게다가 포스트-코로나 시기에는 이러한 경향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견된다. 

일부 시장 분석기관에서는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향후 수십 년 동안 농업 부문이 70%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바로 환경 비용 문제이다. 이는 우리의 후손에게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팜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살충제나 비료가 필요한 지역과 양을 정확하게 특정한 후, 일기예보를 분석해 가장 효과가 높은 날을 선택해 살충제나 비료를 배포한다. 이는 대충 눈대중으로 배포함으로써 때때로 수질이나 토양 오염을 일으키곤 했던 과거에 비해 살충제와 비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도 후손에게 더 깨끗한 물과 흙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 그 가치가 있다. 

이렇게 농업분야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표준화하고자, UN 산하의 ITU-T SG20 (IoT 관련 표준화 주도) 총회에서는, 지난 2021년 10월, 전 세계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FAO (UN식량농업기구)와의 협력을 꾀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농업에 대한 집중적인 표준화를 추진하기 위한 FG-AI4A (디지털농업을 위한 AI와 IoT 관련 표준화 그룹)을 신설하기로 하였다. FG-AI4A는 인공지능과 IoT를 적용한 농업 생산 혁신에 관한 기술 장벽, 모범 사례 및 기타 관련 주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룰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농업 분야의 데이터와 이를 이용한 예측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성으로 아직 수집에 관한 부분만이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데이터 간 관련성을 분석하게 할 수 있는 데이터 공학 부분이 매우 필요하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비록 초기 단계이지만 농업 분야 데이터 공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UN 산하기관인 ITU-T에서 인공지능과 IoT를 통해 농업 생산 혁신을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고서, 우리나라가 지난 수년간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쏟았던 노력의 방향이 진정 옳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농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위한 전문가의 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팜 분야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변화되어가는 세계 움직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마트팜 데이터 및 인공지능 부분에 많은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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