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체점제’ 전격 도입… 현장실무 문제로 개편
대동 훈련원 부원장, “후학위해 의미있는 일” 보람
제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농기계직종’ 경기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대전광역시 배재대학교 특설대회장서 각 도를 대표하는 28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열띤 경연을 가졌다.
이번 대회 농기계직종 분야는 김태호 심사장(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을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10명의 심사위원이 대회 진행을 담당했다.
김태호 심사장 등 각 직종별 심사장은 직종설명서 제·개정 권한을 비롯해 경기장 시설·장비 및 재료 점검, 선수 교육 및 안전 관리, 심사위원 교육, 경기집행과 심사채점 관리 등 대회운영에 있어 막중한 책임을 도맡고 있다.
김 심사장은 “올해 대회부터 모든 심사위원에게 PDA 장비를 지급해 실시간 모바일 체점이 가능토록 대회 운영방식을 개선했다”며 “기존의 수기 체점방식은 심사위원이 한 번에 최대 10명의 선수를 평가할 수 있었다면, 모바일 체점방식은 심사위원 1인이 30명의 출전선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짐에 따라 모든 선수의 기량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사의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사를 둘러싼 일체의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김 심사장은 “모바일 체점제를 도입하면서 문제 출제도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기존의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현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대회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엔진시동 부문이다. 농기계엔진의 고장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해 시동에 성공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각 도를 대표하는 전국 최상위 30명의 선수조차도 엔진시동에 성공하는 이가 고작 7~8명에 그칠 정도로 얼마든지 난해한 문제출제가 가능했다”며 “요즘은 진단기(고장테스트기) 사용이 보편화됐다. 진단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 고장원인을 파악하고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전문 기능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대회의 취지에도 더욱 부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회 운영 및 문제 출제 등에 전권을 가진 심사장으로써 선수 및 지도교사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문에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능경기대회 문제 출제 방식의 변화는 농기계과를 운영하는 일선 고교 등 교과과정과 학습법의 변화마저 기대하게 한다. 김 심사장은 농업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농기계대리점 등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능력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김태호 심사장은 “30여 년 넘게 농기계인으로 살아왔고, 올해 ㈜대동 훈련원 부원장으로써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전국기능경기대회 농기계정비 직종의 심사장을 2년 연속 맡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큰 영광”이라며 “퇴직을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회방식, 문제출제 개선을 통해 농업계고교 등 현장교육이 보다 선진화되고, 실무능력을 배양하는데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기를 그는 기대했다.
김 심사장은 “이번 대회는 각 도를 대표하는 28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비록 학생신분이 대다수 이지만 농기계 정비에 대한 기능과 열정은 이미 상당 수준 이상”이라고 평가하며 “공정한 대회 진행과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토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회 금, 은, 동 입상자는 세계기능대회에 출전을 놓고 열리는 국내 예선전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김 심사장은 “심사장과 부심사장, 그리고 8명의 심사위원이 약 1주일간 숙식을 겸하며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현업을 잠시 미루고 전국 각지에서 왔다”고 설명하며 “이들은 시군 농업기술센터, 지역농협, 농기계업체 등 그 면면도 다양하다”며 “기관, 업체의 허락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다. 협조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생업을 마다않고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주시는 동료, 후배님께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심사를 실내에서 치를 수 있도록 대회장 환경개선 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농기계 정비 전문가를 꿈꾸는 후학들이 그들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비록 미약하지만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