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소가 마스크를 쓴다고요?”

유난히도 뜨거운 여름,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결국 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는구나!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으나, 사실 이는 방역 목적이 아니라 메탄가스 채집을 목적으로 미국의 한 축산분야 신생기업이 만든 장치였다. 소위 ‘소 방귀가 온난화를 유발한다’는 말이 반추동물(되새김질하는 동물)인 소의 위에서 메탄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지만, 소 방귀에서 나오는 양에 비해 95%의 메탄이 코로 배출되기 때문에 소 마스크를 통해 메탄가스를 채집하려는 시도는 매우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구 기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부산을 떠느냐고 하겠지만, 얼마 전 서유럽의 폭우로 인한 많은 인명 피해와 미국과 캐나다에서 기록한 최고 54.5도와 49.6도의 경이로운 온도가 바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소 마스크 개발자의 의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UNDER(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의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전 세계 자연재해는 앞선 동일 기간에 비해 1.7배 증가하고 있음이 시사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2019년의 세계 평균기온이 1.1도로 치솟으면서 폭염과 가뭄, 홍수, 혹한, 태풍, 산불 등 극한 기상 현상들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재난관리기구들의 노력으로 많은 인명을 구했음에도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실패함으로써 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의 목표달성과 시급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19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 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한 바 있으며, 이어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에서는 농축수산의 스마트화 촉진과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친환경 농축수산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가축의 장내 발효와 가축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육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그 총량이 30년 전에 비해 많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최근 하루 14만 톤씩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나 바이오가스로 만드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악취로 인한 부지의 선정 문제, 수익성 문제 등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지금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 생존을 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환경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라는 바퀴를 즉시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우리의 온 힘을 다하여 온실가스 절감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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