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발행인
이성열 발행인

한국농기계신문이 올해로 창간 22돌을 맞았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끊임없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본지를 아껴주신 농기계인·농축산인과 유관기관·단체의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19’를 주제로 제작되는 창간기념 특집호에 직접 참여하시어 고견을 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이 난을 통해 언급했던 코로나 19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습니다. 백신의 보급 확대로 진정국면을 기대했던 코로나 19는 전파력이 강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의 검출률 증가로 공포와 고통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감염력은 높아지고 면역을 회피하는 형태로 진화한다고 진단합니다. 따라서 코로나 19의 종식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19가 사라지지 않고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의 하나로 자리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같은 사태와 미래 불확실성이 특히 농기계산업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지 쉽게 직감하리라 봅니다. 새로운 생존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획기적 변화와 초현실적 혁신이 단기간 내에 구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얘기치 못했던 이 대재앙을 통해 뼈저린 고초를 체험했고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예컨대 농업기계는 대면이 마케팅의 정석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를 맞아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언택트 마케팅과 성격은 유사하지만 ‘비대면’이라는 다소 생소한 마케팅 방식에 직면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농기계 수요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업계에 판매부진에 따른 자금난 등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종합형업체 등 대기업은 나름 대응력이 있을 수 있지만 절대 다수를 점하하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극한의 곤혹을 감내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도 농기계산업은 이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철강재 등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따라서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기종 개발과 보급등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농기계 수출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2조원 규모의 내수시장도 온전히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은 바로 혁신의 시대이자 시간입니다. 세계 농기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수 리더 기업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이 불러온 미래 불확실성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혁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수의 한계에 봉착한 우리 농기계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로 둥지를 틀 생각이 아니라면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통상의 재래 기술개발 형태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초현대식 개발방식으로의 능동적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가 화두로 떠오른 건 코로나가 사회·경제·문화 등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상상을 뛰어 넘은 변화를 주었고 이의 극복을 위한 혁신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대표적 변화는 소통이 제어되는 ‘비대면’입니다. 즉 공급자와 소비자가 접촉하지 않고 상품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입니다. 따라서 이미 온라인 구매를 비롯하여 원격교육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기계는 이들 분야처럼 단순치가 않습니다. 제품의 종류와 모델이 워낙 방대한데다 국내 소비자, 해외 바이어들과 홍보에서부터 판매·A/S까지 폭넓게, 원활히 소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같은 특성에 부합하는 혁신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농업기계의 디지털화입니다. 디지털 트윈을 비롯하여 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등 동원가능한 모든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사물들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에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됩니다. 이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장비·시스템등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습니다. 가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여 안전을 검증하거나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생산성 향상, 장비 최적화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시제품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게 됩니다.

클라우드의 경우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항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습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농업기계의 디지털화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쉽게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소요 자금의 조달, 전문가 그룹의 아이디어와 자문, 연구분야의 열정적 지원, 필요한 법제의 정비 등 장해요인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산·한·관·연이 참여하는 가칭 ‘농기계 디지털 자문단’과 같은 조직을 구성하여 체계적 추진전략을 모색하고 시행토록 해야 합니다. 디지털 혁신이 반드시 난공불락의 대상만은 아닐 것입니다. 성공적 혁신으로 한국 농기계산업이 세계무대에서 우뚝 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본지는 이 사업이 촉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약속을 감히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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