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활용, 개발 비용과 시간 획기적 단축 가능

 

하유신 경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교수
하유신 경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교수

코로나19는 전세계에 불안과 재난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지속시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이동제한은 내국인 농업 고용노동력과 외국인 근로자 공급 규모를 감소하게 하였으며, 이는 농업노동 투입 집중시기인 9~10월에 일손 부족 문제로 심화할 우려를 보여준다. 더불어 농가수 및 농가인구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농 비율은 농촌인구의 절반가까이 됨으로써 우리나라의 농업기계산업이 중요함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농업기계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시장규모가 2000년 이후 2조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매출 급감과 수입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농업기계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4~5%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다가오는 2025년 1,35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도체산업의 1/3의 수준으로 매우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점유율이 1.7%로 매우 낮으며, 그중에서도 농작업기계의 비중은 65%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수출 품목은 트랙터로 한정되어있다. 

농작업은 작목, 지역, 방식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함으로 농업기계도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1개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에 걸쳐 설계, 제작, 농가 테스트가 필요하므로 제품 개선과 성능을 단기간에 높이기는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보고서에서도 업체들은 제품 개발을 위해 설계, 제작, 해석, 시험 등 핵심기술 노하우의 부족을 애로사항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농작업기계나 부품 제조업체는 규모가 매우 열악하고 기술력이 부족하여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업기계 분야가 트랙터의 성장성에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용 농가들은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정부에서 농업기계 보급 확산과 밭작물 기계화 촉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밭농업기계화율은 60% 정도에 불과하며 파종, 정식, 수확 작업은 10% 내외로 정체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데 반도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품 개발, 수출 진흥, 소요자금 조성 등 다양한 획기적인 조치들을 통해 불과 짧은 역사에 선도적인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앞선 사례를 통해 농업기계산업의 생존 기로에서 정부는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대학은 기술과 교육을 지원하고 업체는 제품의 성능을 높여 농기계를 농가에 값싸게 공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트랙터의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트랙터 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지향하며 농작업기계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산업기반 조성과 기술지원 방식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코로나19·비대면 시대에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메타버스(Metaverse)’ 분야이다. 이는 개인의 초월적 가상공간(메타: Meta)에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콘텐츠가 모이고 그 안에서 현실 세계(유니버스: Universe)와 다름없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합성어로 온라인 속 가상공간에서 아바타 모습으로 구현한 개인이 돈을 벌거나 소비하고, 놀이와 업무 등 상호 소통과 현실 활동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는 대부분 게임이나 공연에 활용되고 있고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아직 산업기술로 활용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가상현실(VR)에서 세계각지 디자이너들과 제품 디자인 협업 및 품평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하버드 비즈니스 조사에 의하면 이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메타버스를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의 농업기계산업에 적용한다면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제품 품질 향상과 양산비용 절감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고, 세계선도 농업기계 업체를 추격하여 수출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농업기계 메타버스는 실제 농작업 부하, 농기계 상태 및 성능, 농작업 환경 데이터 등을 이용하여 국내외 농작업 필드 구현을 위한 가상물리환경과 가상과 실제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기업은 이 가상환경에 접속해서 제품 양산화를 위한 농기계 설계, 구조, 거동, 조작 편의성 검증, 주행 테스트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세계각지에서도 가상환경에 접속하여 원격 자율주행, 정비, 교육, 전시, 바이어 상담 등 수출 지원도 가능하다. 또한, 해외 현지 환경을 가상에서 구현하여 시험 인증을 국내에서 대신함으로써 관련 법규 및 규제 대응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제 농업기계산업도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제조방식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변화의 바람에 능동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학, 업체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서 외국산 제품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품질을 향상하면서 제대로 된 역공을 펼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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