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 흡수, 새로운 농기계 산업으로 방향전환을

 

김현태 경상국립대학교 생물산업기계공학과 교수
김현태 경상국립대학교 생물산업기계공학과 교수

먼저 한국농기계신문의 창간 2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1999년 나는 농업기계를 전공하는 박사과정의 학생이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농기계신문의 창간을 축하하며, 한국의 농기계산업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농기계신문은 그 기대에 부응하여 한국의 농기계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이제는 농기계산업이 미래농업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시점이며, 이에 한국농기계신문이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론으로 들어가 제목의 ‘농기계산업, 과연 미래농업을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각 분야의 사람들과 개개인이 한번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해 나와 내가 속한 학계는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 왔고,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나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학기술, 사회경제적인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의 용어가 낯설지 않다. 이런 용어들이 농업과 연결되면서 스마트팜, 스마트파밍, 디지털농업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였다. 그래서 공학을 배경으로 하는 농업기계 학계는 농기계산업이 농업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해 왔고, 앞으로도 농업에 공학 기술을 적용하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농기계산업이 아닌 타 분야에서 한국의 농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은 농기계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의 농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도 농기계산업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우리는 믿고 싶다. 그러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미래의 농산업에서도 생물, 화학적인 접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농산업에 수학, 물리를 포함한 공학적인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하다면, 다소 분야가 다르더라도 공산업 영역의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농기계산업은 앞으로도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분야가 아닌 끼어 있는 느낌의 학문, 끼어 있는 느낌의 산업으로 인식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되도록 농기계산업 종사자들이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농업기계 학계는 미래 농기계산업을 대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먼저 몇 십 년 전 초창기 농업기계 관련 서적들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몇 십 년 전 강의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인공지능의 전문지식을 학생들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 농업이라는 생물을 다루는 영역을 등한시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기계 학계는 과감하게 교과과정 개편을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 농기계산업의 기업에서는 미래의 농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기술 개발에 임해야 한다. 아직도 농기계산업은 초창기 기술 개발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에 의존하며,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계적 하드웨어(H/W)가 주도한 농기계 영역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S/W)가 주도하는 농기계산업 영역으로 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이치이다. 이에 대비하여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기술개발은 물론 창의적인 인재를 흡수하여 새로운 농기계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세 번째, 한국은 여전히 관료사회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관에서의 연구개발 방향 설정도 매우 중요하다. 관은 미래의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해 농기계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에 맞는 정책의 제시 및 산업으로의 유도가 필수적이다. 관은 농업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 전반에 걸쳐 스파트팜을 포함한 인공지능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이전에는 연구가 대학이나 국공립연구소에서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대기업을 포함한 작은 중소기업도 다양한 기반연구를 비롯한 실용화·산업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구에 필요한 대부분의 연구비가 정부에서 출원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의 기반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민간영역인 기업이나 산업체에서도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기계산업이 미래의 농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다양성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한 다양성의 공유가 기술 및 학문의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농기계산업이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각광 받는 영역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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