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농촌과 선진국형 농기계 산업

 

남상일 아그리코니카 대표/농학박사
남상일 아그리코니카 대표/농학박사

한국농기계신문의 창간 2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국 농기계산업의 정론지로서 지난 22년간 농기계산업의 흐름과 동행하며 희로애락을 같이 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과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을 위하여 더 큰 역할을 하여주실 것을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본질적인 문제와 그 극복방안으로 농기계 ESG를 생각해 본다.

코로나 시대는 신속한 백신의 개발과 더불어 1일 확진자 수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낙관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사이로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다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초기 단계부터 지속적인 변이의 출현을 예상하고 토착화(Endemic)를 예측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2020년 3월을 전후하여 국제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원유 가격은 60달러 대에서 15달러 대로 떨어지는 충격파를 발생시켰으며, 미국의 소형 트랙터 시장과 관련성이 있는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건수는 같은 기간에 약 40% 감소되는 공포 현상도 만든 바가 있다. 이러한 경제적 충격은 세계 곡물의 수요와 공급에 최종적인 영향을 주어 세계 곡물 재고량에 대한 예측치가 2021년 6월 대비 7월에는 약 3%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세계 곡물 재고의 증가는 세계 곡물 가격의 장기적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농업 전문가들은 앞으로 약 2년간 국제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가 남긴 일종의 후유증이며 농기계 산업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농기계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 시대에 필요한 혁신으로 미래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기계 산업이 수출형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만족한다면 그것은 매우 좁은 자만에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아야지만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2017년 이후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 반열에 당당하게 들어섰다. 이날이 오기까지 농기계 분야는 우리나라의 농업 생산성을 제고하고 그 토대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 현실은 아직도 도농 간의 소득 격차가 심하며 최근의 농기계 수출 실적 또한 10억 달러 근처에서 정체되는 역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견고한 선진국으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복지농촌의 함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의 예로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취미 농업의 활성화는 농업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를 생각하게 하는 ESG 농업의 한 예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농업인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지속 발전가능한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필수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대의 농업은 식량의 생산과 가공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상품의 개발 그리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발현 등 새로운 가치의 개발을 요구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곡물 생산원가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나 네덜란드 같은 농업 선진국의 상황을 보면 혁신의 돌파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농기계 산업은 공학적인 지식을 농업에 적용하는 산업이며 농업인을 중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도시 주민들을 위해서 휴양 공간을 제공하는 사회적 성과를 가져다 주는 분야이다. 즉, ESG 시대에 농기계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 시대에 리툼이온 배터리는 새로운 물건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새로운 물건은 세상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농기계 분야에서 ESG라는 시대적 가치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장가치를 형성할 것이다. ESG 시대에 걸 맞는 농기계는 우리나라 농촌을 복지 농촌으로 이끄는데 기여할 것이며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을 수십억 달러 수준의 수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이 길은 패스트 팔로우어(Fast follower) 단계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발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현대는 글로벌 시대(Globalize)이다. 세계화의 명암을 논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화의 효과는 후진국들로 하여금 압축 성장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이 때 반드시 필요한 정책적 과제가 농업기계화 정책이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복지농촌에 대한 필요성을 후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농업 분야에서도 동시대적으로 요구 받고 있다는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가치와 지역적 가치(Localize)는 같이 존재해야지만 서로 빛을 낼 수 있는 공생의 가치이다. 그래서 농기계 산업은 글로컬라이즈(Glocalize)형 산업인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싫든 좋든 세계가 더욱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우리나라의 농기계 산업이 수출 산업화에서 멈추지 말고 글로벌 산업화하는데 성공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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