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빅데이터 접목 스마트 농기계 등 무궁무진

 

이강진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이강진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농업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코로나 등으로 인한 해외 농업 노동자의 유입 제한 등으로 농업 노동력 문제를 해소함에 있어 농업기계 분야의 역할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2020년도의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로 보면 우리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벼농사는 약 98.6%가 기계화되어 이뤄지고 있다. 방제나 건조 등의 작업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긴 하나 대부분의 농작업은 기계화 되어 벼농사의 노동력 수급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에 비해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61.9%로서 여전히 저조하며, 특히 파종과 정식, 수확 작업의 기계화율은 12.2~31.6%에 불과하다. 기계화가 덜 된 밭작물의 생산 과정은 인력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노동력의 수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밭농업 현장에서의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아우성은 지금까지의 어느 때보다 크고 심각하다. 코로나로 인하여 겪는 삶의 불편함이 이제 우리의 먹거리 생산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향후 농업기계분야에서 선점해야할 몇 가지 기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율 주행과 자율 농작업 기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며, 작업자나 운전자의 숙련도에 의존해 오던 농기계의 주행에도 조금씩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트랙터나 이앙기, 방제기 등에 적용되기 시작한 단계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농업용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23년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0억불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농업용 드론은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대부분 방제작업 위주로 이용되고 있지만, 드론에 장착할 수 있는 파종기, 생육모니터링 및 병해충 검사시스템, 말벌집 탐색 및 제거 장치 등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제한된 작업에 이용되고 있지만 드론 농작업을 통한 인력 대체 효과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규모화 되고 비행의 안정화가 진행된다면 보다 더 많은 농작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용 로봇 

농촌진흥청에서는 2020년에 과수원에서 이용 가능한 무인 방제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방제로봇은 미리 입력된 과수원 내의 정해진 경로를 자율적으로 주행함은 물론, 나무의 크기와 모양을 인식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약제를 살포하는 것으로서 GPS 센서, 라이더 센서, 방제용 전자식 솔레노이드 등을 장착하고 있다. 이를 이용할 경우 20~30%까지 농약을 저감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기대가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 기술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반복 작업이나 사람이 하기에 힘든 농작업을 대행하는 농업용 로봇의 개발은 오랜 기간 동안 관심의 대상이었고, 인간을 대신하여 농작업을 스스로 판단하면서 작업을 수행하는 농업용 로봇은 오늘날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모든 것을 나열할 수 없지만 농업에서의 로봇 적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작물에 손상을 주지 않고 딸기나 토마토, 사과 등을 수확하는 로봇, 생육 상태를 계측하는 로봇, 적과 또는 적엽, 가지치기 등 작물을 관리하는 로봇, 사람의 농작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조수단으로서 신체능력을 증강시키는 로봇,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농업현장의 단순 작업 조력 로봇, 수확물의 이송 및 적재 로봇, 로봇간의 협업 기술 등의 개발도 선점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스마트 농기계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접목하여 농작업을 보다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농업기계의 개발이 필요하다. 

농작업 대상(농작물의 생육, 토양, 품질, 수량 등)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의사결정까지 전과정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작업자가 작물 병해충이나 생육장해 등을 현장에서 손쉽게 진단하고 처방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나 토양의 양분 상황에 따른 시비, 위치별 수확량 정보의 획득, 영상처리기술과 자동제어기술을 이용한 선택적인 잡초 제거 기술 등이 속한다. 

또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모의실험하여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의 개발도 필요하다.

 전자제어식 농기계 

자율 주행기술과 스마트 농기계, 농업용 로봇 등과 관련된 농업기계의 전제 조건은 전자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때로는 소형이며 고성능이어야 하고, 때로는 대형이어야 한다. 물론 작업 능률의 향상을 전제로 농업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농업인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치 간, 서버와의 사이에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탄소 중립과 저감과 관련하여 이제 화석 연료로 구동하는 엔진을 전기로 구동하는 농기계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시설 자동화 및 무인화 

원예시설과 축산시설의 생산설비 자동화, APC나 RPC 등의 입고에서 출하까지의 무인자동화 등을 비롯한 비대면․비접촉 스마트 유통기술,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 유통과 구매를 위한 이력추적시스템 등도 개발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제 공중에서 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움직이는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등의 농업기계들까지도 자율 주행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접목되어 활용되기 시작했다. 위치와 토양, 시비, 관수, 방제, 수확량과 품질 등의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 활용되는 정밀농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밭농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노지 농업은 노동력 수요가 타 분야에 비해 더 많다. 조금 늦긴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노지 농업의 중요성과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할 수 있는 농업기계분야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정체된 농업 생산성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경험과 전통적인 지식을 디지털화한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규모화된 노지 디지털 사업들을 기획해야 하며, 여기에 농업기계 분야의 커다란 역할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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