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달나라에도 스마트팜을 지어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팜 도입을 고민하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한 강사의 말에 장내는 순식간에 웅성거렸다. 필자 또한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 천문학적인 비용을 내셔야 합니다.”라는 강사의 장난기 섞인 해명을 통해 스마트팜은 결코 비싸서는 안 되며, 지급한 비용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강사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시장 조사기관에서는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가 연평균 약 16.4%의 성장률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중 스마트팜 생산시스템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아직 농업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스마트팜의 비중은 현재 미약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유수 IT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의 경우 토양, 수분, 작물 건강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종자, 비료, 농약 살포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기술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아마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국내 스마트팜과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로 스마트팜 기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팜혁신밸리, 국가표준확산사업 등은 정부의 부단한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하지만 해외 유수 IT 기업들의 본격적인 스마트팜 진출 속도를 잡으려면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이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해외 IT 기업들과 경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앞에서 언급한 강사의 의도처럼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스마트팜” 기술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팜 기술 분야에 유지 보수와 유연한 컴퓨팅 자원 활용이 가능한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자원의 가상화가 가능한 클라우드 기술을 토대로 상호 호환이 가능한 농기자재를 개발하고, 농민에게 저렴하고도 똑똑한 스마트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해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이미 우리는 IMF 위기 때 농업 분야의 주권을 상실하는 쓰디쓴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보유한 5대 종자회사 중 4개 업체가 외국 기업에 팔려나감으로써, 종자에 관한 주권을 상당 부분 상실하였다. 다행히 아직 스마트팜 분야에서는 정부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나라 스마트팜 기술의 첨단화를 무기로 하여 해외 유수 IT 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두 번 다시는 농업 분야의 주권을 상실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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