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아그리코니카 대표, 농학박사
남상일 아그리코니카 대표, 농학박사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세상은 변한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세상이 이렇게 바뀔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편하고 재미있는 통신기기의 출현 정도로 생각했으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가능성을 넓혀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애플은 성공했고 노키아는 실패했다. 그리고 마침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발생했다. 새로운 산업 분야가 생기고, 새로운 회사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이런 흐름의 거대 기업들은 지금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동차는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우리의 삶과 세상의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인간 생활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했던 애플사조차도 제2의 도약을 위하여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된 전기차를 꿈꾸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통 자동차 기업들과의 전략적 경쟁 관계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제조원가 등의 제한 요인으로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토요타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공에 도취해서 전기차의 기회를 초창기에 놓쳐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어쨌든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은 멈추지 않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100/kWh 이하로 내려가면서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을 대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의 가격을 2023년까지 $65/kWh로 낮추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배터리의 누적생산량이 2배 늘어날 때마다 비용이 28%씩 내려간다고 하니 일론 머스크의 의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배터리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시장수요와 배터리 공급의 확장 속도에 따라서 그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전고체배터리는 기술적 표준이 나타나 있지 못한 상태이므로 일단 논외로 하겠다.

농기계 분야에서도 배터리의 적용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F사 등에서 배터리 동력 전기 트랙터를 개발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트랙터의 엔진을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하는 개발은 애플과 노키아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용 글로벌 모듈러 플랫폼(EGMP)을 개발해서 애플사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하기도 했다. 내연기관차에서 플랫폼 개발에는 대략 1조 원 정도의 자금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성공적으로 플랫폼을 개발하면 다양한 기종으로 적용해서 다종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트랙터는 대부분 컴팩트 또는 서브콤팩트 트랙터이다. 즉, 사용되는 장소가 가든형 농장 또는 잔디밭, 정원인 경우가 많다. 사용 환경이 내연기관의 배기가스와 소음을 경원시 하며 사용 목적 또한 취미 농업 등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트랙터의 플랫폼 개념에서 벗어나 전기트랙터에 필요한 창의적 트랙터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ESG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적 가치관이며 시장의 니즈를 담고 있다. 그리고 성공을 위하여 전략 로드맵 개발 또한 통찰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