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업기계산업, 위기이자 기회”

김용현 (사)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
김용현 (사)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가면서 산업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지난 해 외국 시장의 shut-down으로 인해서 제조업체의 생산 및 영업 활동이 위축되었고 수출입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농업기계 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농업기계 내수시장은 전년대비 4% 정도 감소한 2조 2,56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부지원 융자실적도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가운데 트랙터, 콤바인, 승용이앙기 및 작업기의 공급이 모두 줄어들었다.

2020년 3/4분기까지 농업기계 수출은 7억3,353만불로서 전년 대비 17.4% 감소하였다. 트랙터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부품과 시설기자재는 전년대비 각각 48.3%, 54.3%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소형 트랙터의 수출이 늘어난 캐나다와 독일, 베트남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출이 감소하였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집트, 러시아, 터키에 대한 수출은 크게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3/4분기까지의 실적만으로도 전년대비 99.5%에 이르렀으며, 북미지역에서 국내 기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었다. 언택트 시대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든용 트랙터의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전체적으로 수출이 줄어들었으나, 코로나19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 미국에서는 나름 선전한 결과로 평가된다.

농업기계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하였다. 국가별 수입은 일본이 51%로서 수입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어서 중국과 독일이 각각 14.6%, 8.9%를 차지하였다. 기종별로는 수확기를 포함한 콤바인을 제외하고 트랙터, 부품 및 이앙(식)기의 수입이 모두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한 2020년의 농업기계 수출과 수입은 모두 감소한 셈이다. 다만, 타 산업에 비해서 하락폭이 적어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2021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백신의 공급 효과가 얼마만큼 빠르게 나타날지 전망이 엇갈리나, 농업기계 산업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긴 호흡으로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첫째, 농업기계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시대에 직면한 국내 농업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경험 위주의 관리로부터 데이터 기반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농업 생산에서부터 가공 및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농업기계는 노동력의 대체 또는 자동화 수단에 머물지 않고 농장 상태, 기계 작동 조건, 품질 평가 등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농업의 토탈 솔루션을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농업기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수집된 농업 데이터는 상호 연관성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이 필요한 단계에서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의사결정을 보다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존디어(John Deere)가 농업기계 제조를 넘어서서 데이터 기반의 농업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둘째, 농업기계 분야 종사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내수를 넘어서서 수출 시장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연구개발, 제품 생산, 정책 및 교육에 관여하는 농업기계 분야 종사자들의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농업기계 산업에서 언택트(untact) 마케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향후 비대면 홍보를 포함한 언택트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모바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더 쉬운 구매 방식을 찾으면서 유튜브, SNS 등을 이용한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농업기계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가 위기와 기회의 요소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위기가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어려움으로,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농업기계인 모두에게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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