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의 K-농기계산업을 육성하자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지난해 세계경제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 함몰되었다. 그에 따른 여파로 우리 경제는 1998년 IMF 왼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올해 세계경제는 코로나 확산의 통제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의 위협이 감소한다는 가정하에 선진국의 투자·소비 심리가 안정화되고, 개발도상국의 내·외수가 개선되어 세계 경제는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의 지속적인 위협속에서도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2021년, 국내 농기계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난해 국내 농기계 산업은 세계 경기의 침체와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농기계 내수 시장은 전년대비 약 4% 감소한 2조2,500억원으로 트랙터 매출이 약 1.9% 감소하였고, 작업기 매출은 약 13.5%, 기타 기종은 약 35.7% 감소하였다. 대체적으로 대형·고가 기종과 전문 농업인에 의해 구입이 이루어져 왔던 농기계의 매출 감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소형 기종과 중·소규모의 농업인이 주 고객인 농기계의 매출 감소는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올해 또한 농기계 내수 시장은 코로나의 변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의 상황이 진정세로 접어든다는 가정하에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농기계·자재 수출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1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중반기까지 수출실적이 저조했지만 하반기 들어서 점차 회복되면서 국내 농기계 산업의 수출 마지노선인 10억달러는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수출이 감소한 상황속에서도 고무적인 현상은 국내 주력 수출 기종인 소형 트랙터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수출지역 또한 기존 북미 위주에서 러시아, 터키, 이집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이후 농기계 산업의 대응에 있어서 좋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지난해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으로 사람 간 소통의 형태가 바뀌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전반의 구조 또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전 상황으로 복귀될 것이라는 인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농기계 산업도 코로나 이전의 상황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 발맞춰 기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의 틀을 선도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데이터가 이동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사람들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신뢰정도를 다르게 할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유통되면서 그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이 데이터는 현실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우리가 가야할 시공간의 세계를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2021년은 농기계 산업이 이러한 데이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농기계 설계에서 제조 전과정이 데이터화되고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소비자와의 신뢰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향후 농기계 산업체의 지원 정책은 기업의 디지털 제조 및 경영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지원 사업이 농기계 산업에도 폭넓게 지원될 수 있도록 농기계관련 기관에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었으면 한다. 

농기계 영업과 서비스 또한 기존 대면방식에서 데이터와 플랫폼 기반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전시회가 발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고, 이에 VR, AR 기술이 더해지면서 현장감 있는 체험또한 온라인에서 지원되고 있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 또한 이러한 홍보 자료를 준비하여 무한대의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온라인 홍보 및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영업 방식 또한 기존의 대리점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농업생산 방식이 저투입 고효율 농법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농업이 새로운 농업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지 디지털농업 시범단지가 세 지역에서 조성중이며, 향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지 디지털농업에 있어서 농기계는 농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기계이며 데이터 수집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이 절대적이다. 향후 트랙터는 영농관리를 총괄하는 데이터 센터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며, 데이터 센터의 명령에 안정적으로 제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과 원격제어 기술이 선행되어야 한다. 2021년에는 자율주행 및 원격제어 트랙터들이 실제 농업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5G 통신 인프라가 전국 농경지에 점차 확대되어 노지 디지털농업 구현을 위한 조건이 성숙되었으면 한다.

지난해는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적응하느라 혼란의 시간을 가졌고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다. 올해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여 기존 해외 농기계 산업과 차별화하여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K-농기계산업 발전의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농기계 산업의 데이터화와 디지털 농업 구현 및 관련 요소기술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은 당장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의 탄소저감 압박을 해쳐나갈 수 있는 전기 및 수소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농기계 기술 개발도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