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기계검정팀장
정성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기계검정팀장

1970년대 국내 농기계 생산업체는 농업기계의 본격적 생산을 위하여 일본 구보다, 얀마, 이세끼 등 선진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농기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자체 기술력 및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국내생산 농기계의 신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모든 산업이 위축되면서 농기계관련 내수시장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농기계 생산업체들이 해외시장개척을 위하여 중국, 미국, 영국, 브라질 등 현지기업과의 합작을 추진하거나, 단독 투자로 현지에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수출시장개척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 3,998만1,000불에 불과했던 수출실적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9년말 기준 11억3,226만5,000불에 달하는 쾌거를 달성하였다.

수출주도형 성장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지역과 수출기종의 다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래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는 빠른 공업화와 관광산업의 발전으로 힘든 농사일의 기피 현상을 보이면서 농촌 노동력 부족, 노임상승 등으로 농업기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농업기계 보급 및 구입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등 농업기계화를 위한 여건이 빠르게 조성하고 있다. 우리 농기계 생산업체도 벼농사 위주로 다변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인 동남아 지역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농업기계의 경우에는 다른 품목에 비하여 크기가 크고 시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시험·인증에 따른 부담이 크다. 더구나 자동차나 건설기계 등과 달리 그 지역별 또는 수요자별 요구사항이 다양하여 모델별 판매규모가 작아서 상대적 부담은 더욱 크다. 따라서 농기계를 수출하거나 수입할 때에도 공신력 있는 시험성적서나 인증이 필요하다. 수입 검토 단계에 있는 소비자나 바이어에게는 객관적인 제품 성능정보, 안전인증, 환경인증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UN산하 지속가능농업기계화센터(Center for Sustainable Agricultural Machinery)에서는 2013년도 아·태 지역 농기계시험소 네트워크(Asian and Pacific Network for Testing of Agricultural Machinery)를 구성하여 국가 간에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안전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시험할 수 있는 각국의 시험공인시험소 네크워크 구성, 지역 국가내 성적서 상호인증 시스템 구축을 활발히 추진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제품의 현지 적응성과 품질 경쟁력이다. 아·태지역 환경의 경우 농기계의 사용시간이 길고 국내와 다르게 열악한 환경조건에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아·태지역의 고온다습한 기후, 미흡한 정비 인프라 등을 고려하고도 2모작 이상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농기계의 연간 사용시간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개도국일수록 첨단기술이 접목된 고가의 농기계보다 제품 본연 기능에 기본을 두고 내구성과 신뢰성 등 원천기술에 충실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농기계의 현지화는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동남아시아 진출 선발주자인 일본의 농기계와는 품질경쟁을 해야 하며, 중국산 농기계와는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폭넓은 자료 수집을 기반으로 그들의 니즈와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 현지화에 집중해야 하며, 동남아시아의 국가를 기술적·경제적 우위 시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중요한 고객으로 인식하고, 산·학·연 그리고 정부가 협력하여 긍정적 변화를 수용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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