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 연구본부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국민소득이 2만5,000만 달러 정도 되면 농업성장이 정체되고 저성장이 고착화 된다. 이 시기가 되면 농업은 생산주의에서 다원주의로 옮겨가고 농업정책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오는데 한국이 지금 이러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농업의 양적성장이 끝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농업은 경제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된다. 나주 배가 잘 팔리면 성환 배가 덜 팔리고 겨울딸기의 인기가 높아지면 귤 소비량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일 때나 5만 달러 일 때나 하루 소비하는 농산물의 가치도 비슷하다. 농업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어느 나라의 농업도 무작정 성장하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 상태의 농업을 플러스섬 게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생산 현장을 규모화하고 전문화하여 원물 생산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건은 농업의 전후방산업과 농업의 관계를 혁신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농업과 그린 바이오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린 바이오는 바이오 기술이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응용되는 개념으로 농업후방에서는 종자, 작물보호제, 작물성장보조제 등이 포함되고 농업전방에서는 바이오 소재가 포함된다. 특히, 바오이 소재 산업을 성장시키면 바이오 산물과 농업 원물의 부가가치를 동반성장 시킬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소재 산업은 2016년 9.61조원에서 2020년 16.54조원으로 연 평균 14.2%의 고성장을 질주 중이다. 바이오 소재 R&D 투자금액도 연평균 8.4%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전체 바이오 기술 투자예산의 약 4%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린 바이오 산업과 우리 농업의 동반 발전을 위해서 집중해야 할 분야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농업인 부가가치 분배율 개선으로 시장 메커니즘 안에서 원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의 교섭력과 협상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주산지 형성, 안정·안전생산 체계 확립, 농가 가공도 확대, 생산자 지분확대, 수출시장 확보 등으로 부가가치 분배의 균형점을 이동할 수 있다. 생산자 지분확대를 위하여 원물을 공급하는 농가들이 조합을 이루어 최종 산물을 생산하는 B2C 기업으로 발전시키거나 가공 및 판매 법인의 지분을 확보하여 수익배분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는 원료 소재 발굴과 표준화이다. 잠깐의 유행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 반응이 지속되는 스타 소재를 위해서는 종자·종묘 생산 및 보급 일관화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고 채종포 운영 개소수를 확대하여 표준화된 품종을 공급하여야 한다. 표준화된 재배법을 개발하여 거점농가를 육성하고 표준 재배법의 자발적인 확산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자 신뢰 확대를 위한 안정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표준화를 정립하고 효능도 입증해야 한다.

셋째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실용화 강화이다. 농생물 바이오 소재 시장의 빅점프를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미투(me-too) 전략에 의한 차별화 부재를 극복하고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고부가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산업 현장의 미충족 요구(unmet needs)에 부응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단기간(1~2년) 이내 즉시 산업현장에서 제품화 되어 경제적 파급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사업화 최종 단계의 연구 분야인 임상시험 등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촉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소재의 인허가 지원이다. 식의약 소재는 인허가 획득이 상업생산을 위한 최종 관문이지만, 통상 임상시험 단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이 소요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기능성 소재의 개발 단계에서 부터 많은 R&D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단계에서 임상 시험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여 성과가 사장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식의약 소재개발 연구과제에 대해 국가 지원으로 임상 시험을 전담해주는 정부 운영 비영리 CRO & CMO 조직의 신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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