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홍 전주대학교 교수농업기술실용화재단 비상임이사
최규홍 전주대학교 교수 /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비상임이사

스마트팜 기술의 개발과 확산·보급 사업이 현 정부의 주요 국정사업으로 추진중이다. 2022년까지 스마트 온실은 7,000ha, 스마트 축사는 5,750호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 온실의 이전 단계인 비닐 온실은 1990년대부터 신선 채소의 수요 증가와 타작목에 비해 높은 소득 때문에 빠르게 증가했다. 시설채소의 생산액은 1990년 6,410억원으로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도에는 그 생산액이 5조74억원으로 약 7.4배 증가하였다.

지난 30여 년간 정부의 R&D 투자와 농촌진흥청과 대학·산업체에서 독자적 또는 선진국의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개발한 비닐 온실 중심의 한국형 1세대 스마트 온실이 실증시험을 거쳐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 연구결과(2017)에 의하면 스마트 온실의 보급·확대로 시설원예의 생산성은 30.1% 증가하였고, 고용노동비는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소재·부품·기자재 규격화, 표준화 절실

그러나 스마트팜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 및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여전히 저조하고, 고장률이 높고 규격화와 표준화가 미흡하여 많은 개선점이 남아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재단)에서는 스마트팜 국가표준 22종(2018) 및 국제표준 1종(2020)을 제정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팜 시스템, 양액설비, 온실시설, 농자재, 품종 등을 융·복합한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 기술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수출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스마트팜 기술 수출은 우리 농업계로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R&D 투자 성과로 도출된 스마트팜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시장을 넓히기 위한 출발을 했다는 점이다.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이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국내 스마트팜 산업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부품과 기자재의 성능과 품질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재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지난 8월에 재단 이사회를 마치고 9월중에 개소를 준비 중인 ‘농생명 ICT 검인증 센터’를 방문했었다. 담당 팀장이 “스마트팜 기자재의 성능과 내구성 시험을 하는 전용 시설로서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시설에 대한 소개를 들으면서 기대감과 함께 몇 가지 바람이 생겼다. 

△재단 ‘농생명 ICT 검인증센터’ 기술발전 토대 되길 

다년간 농기계를 연구해 온 필자는 국산과 수입 농기계에 대한 농업인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국산 농기계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작업 성능의 차이보다 잦은 고장이었고, 주로 부품류의 품질 저하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농사 적기에 농기계 고장은 농업인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다. 스마트팜과 관련된 소재·부품·장비와 시스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단의 검인증 시험시설은 영하의 온도에서 고온까지, 고습도, 분진과 유해가스 등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정기간을 견디는 내구성과 정밀도, 반응성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스마트팜의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정밀화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고장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구성과 성능은 매우 중요하다.

검인증을 위한 시험 시설과 장비는 잘 갖춰진 것 같다. 이제 검인증 운영에 필요한 시험방법, 시험기준 등 매뉴얼 개발이 시급하다. 여기에 시험결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산업체에 환류(feedback)해주는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면, 산업체의 기술개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스마트팜 산업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사자 10명 내외, 매출규모 30억 원 수준으로 영세하다. 향후 산업체들이 재단의 시설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여 기술수준을 높인다면, 민간과 공공의 상생 협력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수출주도형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자동차, TV, 가전제품, 선박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같은 제품들 덕택으로 우리나라는 첨단기술 보유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1990년 이후 드라마, 음악, 영화 등 한류가 확산되면서, 오늘날 한국산 제품들은 세계인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 또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팜 기자재들의 성능과 내구성 등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사업예산과 전문 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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