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새로운 도구의 발명은 새로운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가 사용한 농기구는 우리 농경생활의 수준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지게는 우리와 풍토와 경작방법이 비슷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독창적인 연장이며, 구조가 간단하면서 과학적이고 음향의 조화가 있는 농기구로 산악지형이 발달한 우리 농촌의 운송수단으로 본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수천 년을 사용해 왔다.

지게는 어깨와 등에 걸쳐 몸 전체에 무게를 고르게 전달하여 크고 무거운 짐을 쉽게 옮길 수 있으며, 한글의 모음 ‘ㅏ’자형 나무를 다듬어 만들거나 반을 쪼개어 건다는 말을 사용하여 음향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모음 ‘ㅓ’자가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 6.25 한국전쟁 때는 군 보급품을 운반했던 지게부대가 유명하다. 미군은 지게를 처음 보고 ‘A프레임’이라고 하였다. 이는 정면에서 보면 영어 알파벳 A자를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게를 ‘조센가루이’ 대마도 지방에서는 ‘지케’ 또는 ‘지케이’ 라고 한다.

지게는 주로 송진이 많고 구하기 쉬운 소나무로 만들었으며 간혹 삼나무나 노간주나무로도 만들었다. 가지가 위로 잘 뻗은 ‘ㅏ’자형 자연목 2개 또는 자연목 1개를 반으로 갈라 위는’좁고 아래는 벌어지게 몸통을 세우고 사이에 밤나무나 박달나무로 된 3~6개의 세장을 끼우고 세장이 빠지지 않게 탕개로 죄어서 사계를 맞추어 고정시킨 다음 두 번째 세장과 아래 세장 사이에 짚으로 두툼하게 짠 등태를 붙이고, 어께에 메는 멜빵을 위쪽은 두 번째 세장에 아래쪽은 몸통 중간이나 목발에 매면 되는 간단한 구조다.

지게의 형태나 크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만드는 방법에 따르면 제가지지게, 옥지게, 쪽지게, 바지게, 켠지게, 거지게, 물지게 등이 있으며 가장 많이 사용된 지게는 가지가 벋어나간 자연목으로 만든 제가지지게이다. 지게의 크기는 사용하는 사람의 키에 맞도록 하여 아이들 것은 1m, 어른 것은 1.5m되는 것도 있다. 평야지의 지게가 산간지 지게보다 길다. 경기, 충청 지역은 준 평야지역으로 세장을 6개하는 것도 있으며 등태가 아래쪽에 달려서 상부가 하부보다 긴 편이다. 강원지역의 지게는 크기가 비교적 작고, 세장이 3~4개 정도이다. 호남지역은 평야지대로 몸체의 길이도 길고, 새고자리의 폭이 좁으며 목발 간격이 넓다. 지게로 운반할 수 있는 짐은 사람의 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50~70Kg이며 힘이 센 사람은 100Kg 이상도 운반 할 수 있다.

지게는 새고자리, 세장, 가지, 등태, 목발, 멜빵, 탕개, 탕개목, 작대기 등으로 부분이 구성되며 지역에 따라 부분별 명칭이 다르다. 예를 들면 새고자리를 경기지방은 새두머리, 강원은 뿔, 충청은 새뿔, 경북은 까막서리, 경남은 까묵도, 전북은 고댁이, 전남은 코작이라고 하였으며, 세장을 경기지역은 쇠장, 강원과 충청은 세장, 영남은 서장, 호남지역은 쎄장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소먹일 꼴, 땔감, 농자재, 농산물, 구들장 등 모든 짐을 운반할 때 지게를 사용해 지게가 만능 운반수단으로 이용되었다. 특히 농사일을 하러 나갈 때도 지게를 지고 나가 농촌에서는 장정 한명 당 하나의 지게를 가지게 되어 그 집에 장정이 몇 명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게질만 잘해도 식구들의 입에 거미줄은 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게가 남자들의 능력을 평가 할 때도 있었다. 반면에 부모가 늙어 일 할 수 없을 때 부모를 지게에지고 깊은 산속이나 동굴에 고려장시킨 때가 있어 지게는 우리 선조들의 슬기와 애환을 상징하는 농기구이다.

1970년대 초부터 동력경운기 확대 보급과 함께 농용운반차, 농용트랙터 등이 공급되면서 지게 사용이 줄기 시작하여 현재는 알미늄이나 가벼운 철재로 만든 접이식 등짐 지게와 낚시 장비를 지고 다니는 낚시 지게가 일부 사용되고, 나무로 만든 지게는 카페 등에서 장식용으로 전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고유의 지게를 농촌에서도 만나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지게가 우리 조상이 발명한 세계 유일의 우수한 농기구로서 우리 민족과 맥을 함께하며 수천 년 동안 사용한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삶을 배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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