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안에 대해 업계의 저항이 만만찮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월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원들이 발의한 이 ‘농업기계화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탈부착이 용이한 현행의 금속이나 스티커등의 형식표지판 대신 제조연월을 농업기계의 본체와 엔지에 각인(새김)하는 형태로 형식표지판 부착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제조연월의 조작을 원천 차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법적효력이 발생되면 농업용트랙터·농업용동력운반차·농업용굴착기·농업용로더등 4개기종의 농업기계는 본체와 엔진에 제조연월을 새로이 각인하여 제품을 출하해야 한다.

이에 대한 농업기계생산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면 수용불가 입장이다. 농업용트랙터의 경우 원동기 형식표시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표시를 하고 있어 2중 규제에 속할 뿐 아니라 엔진을 외부로부터 구입하여 농업기계를 생산하고 있어 제조업체가 제조연월을 각인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업용동력운반차는 대부분이 영세업체로 각인에 필요한 기계구입비 부담이 크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구조의 특성상 인건비의 부담등도 막대하여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생산하는 농업기계의 가격이나 공급실적등을 고려할 때 각인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트랙터와 동력운반차 공히 엔진은 농업기계 제조에 필요한 수많은 구성품 중 하나로 제조연월 정보는 소비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해당 기종의 공급현황을 보면 농업용트랙터를 제외한 여타기종 생산업체의 영세성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농업용동력운반차의 경우 29개 업체중 5억원이상 매출은 1개업체 뿐이며 1억원미만이 22개업체로 업체 평균매출규모가 9,600만원에 그치고 있다. 농업용굴착기는 5억원이상 매출이 4개업체지만 9개업체 평균매출은 4억2,000만원 수준이다. 농업용로더의 경우도 9개 생산업체중 2개업체만 5억원이상의 매출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1억원 규모이하가 3개사에 평균매출은 8억원수준이다.

농기계생산업계의 저항은 이같은 현실성에 바탕을 둔만큼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의 새로운 설비확충과 새로이 안아야 할 인건비등 추가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워 제도변화 수용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소요 엔진 전량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엔진도 적잖게 사용하고 있는 터여서 생산업체가 제조연월의 각인을 거부할 경우 낭패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같은 문제 모두가 충족된다 하더라도 장해가 완전히 걷히는 것은 아니다.

원활한 농업기계 생산활동과 생산원가 상승분에 대한 판매가격 인상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농가의 영농활동 저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원가상승 부담이 판매가격에 반영되면 농가의 구매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가가 농기계구매를 꺼리게 되어 수요는 위축되고 생산업체는 판매둔화로 경영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의회의 입법활동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져 효율성을 검토할 필요는 분명 있다고 본다. 현행 제도로 인한 손실과 새로운 제도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저한 득이 없는데 소탐대실의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닌지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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