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전 농촌진흥청 농산업기계교육팀장
김영배 전 농촌진흥청 농산업기계교육팀장

‘2020 제55회 전국기능경진대회’의 농기계정비 분야 경진이 지난달 14일부터 5일간 전북 군산시에서 펼쳐졌다. 

기능경진대회의 50여개 직종 가운데 농업분야는 유일하게 ‘농업기계정비’ 직종의 실시로 부족한 농기계정비 전문 기능인력을 배출하는 데 큰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농기계는 다른 직종분야보다 대회를 치르기에 여러 어려움이 많음에도 농기계 제조사와 관련기관 및 기술 인력의 협조와 노력으로 올 대회도 잘 마무리 되었다. 특히 경진 기종을 무상 대여해 준 국제종합기계(콤바인), LS엠트론(트랙터), 대동공업(이앙기)의 각 사 대표님께 농기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불철주야 기술을 연마시키느라 노력해 준 지도교사님들, 특히 농업계고교 교사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올 대회에 참가한 25명의 재학생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열정을 보여 감동적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닷새 동안 여건이 불편함에도 공정하게 심사와 진행을 맡아 준 심사장과 부심사장을 비롯해 9명의 심사위원 모두 수고 많으셨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번 경기를 통해 전문기술인(심사위원)과 지도교사, 참가선수 모두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선수들의 핵심기술 능력이 더욱 향상되었기를 기대한다.

해마다 기능경진대회 농기계직종은 ‘엔진’과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4개 기종을 대상으로 출전선수의 기술력을 겨루는데 올해도 참가 선수들이 기능면에서 많은 실력차이를 보였다. 

기종마다 고장부위를 진단해 처리하고 재 작동(엔진시동)하는 과제는 고장 처리를 못해 과제 해결에 실패하는 선수가 기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3, 많게는 출전선수의 2/3에 달할 정도였다. 기능연마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은 했겠지만 더욱 세심한 기술습득이 요구된다. 특히 전기·전자 부문을 다루는 기술이 많이 미흡해 보여 아쉬움이 많았다.

이제 농업기계도 자동화돼 전기·전자 분야가 매우 중요해졌다. 전기·전자 관련 기술연마에  더 노력하고 현장의 핵심기술 지도에 더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능경진대회의 문제 출제 또한 자동화, 첨단화되는 농기계의 추세를 반영해 출제하면 더욱 좋겠다. 엔진 분야는 분해, 정비를 답습하기 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한 고장진단과 점검·정비를 하는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해 대회에 출전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경진기종 또한 전통적인 엔진,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외에 전자제어엔진, 스피드스프레이어, 농용굴삭기, 농업용드론 등 다양한 기종을 다뤄 기술의 변화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기능경진대회의 공식 과제는 농기계 전문기술인들의 세심한 사전 검수가 필수적이다. 과거 출제됐던 문제를 일부 수정해 재출제하고 더욱이 출제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 없이 진행되는 관행이 반복되어서는 희망이 없다. 

경진대회에 사용되는 부품 및 테스터 기기와 정밀공구 또한 전문가의 세심한 검수를 반드시 거쳐서 대회 중에 애로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농촌현장에서는 농기계정비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마다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전문 기능인력을 배출하는 요람인 농업계고교는 줄고 있고, 농기계 학습과정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농업기계 관련 학과가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농기계 생산업체, 농협,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농기계 전문기술인력의 처우개선으로 후학들이 미래직장으로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대회만 하더라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음에도 소속 기관에서 출장처리가 안 돼 심사위원을 구성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기관의 이해와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올 대회에는 청주농업고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지방대회 경진을 통과하고 당당히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기염을 뽐내 매우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기능경진대회에 참가 선수 규모는 매년 줄고 있어 걱정이다. 

더 이상 학교에만 의존하지 말고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협 서비스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과정을 마련해 기술 지도를 함으로써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든 장래 직업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농기계 전문기능 인력양성 교육기관이 반드시 신설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 학계, 생산회사 등 농기계 관계인들이 뜻을 모아 작은 부문부터 힘을 모은다면 농기계산업의 첨단화는 물론 농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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