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계의 형식표지판 부착방식의 개선을 골자로 한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윤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1인의 소속 의원은 지난 5일 농업기계 제조연월 조작을 원천차단하는 법적근거마련을 위해 ‘농업기계화촉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 이는 현행 형식표지판이 금속이나 스티커 등으로 제작토록 돼 있어 탈부착이 매우 손쉬워 기존 형식표지판을 제거하고 새로운 표지판으로 대체할 경우 해당 농업기계의 원래 제조연월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농업기계 제조업체가 이를 악용해 대리점에 제조연월을 조작토록 지시한 의혹이 제기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중시했다.

따라서 농업용 표시를 할 때 제조연월은 농업기계의 본체와 엔진에 각인하는 형태로 하고 누구든지 제조연월을 지우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농업기계에 대한 농업인의 알권리 보장을 강화코자 했다. 특히 개정 표시의무를 위반하여 제조연월 표시를 훼손한 자에 대해서는 1,0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손질을 했다.

현행 형식표지판의 부착제도에 허점이 있는 건 맞다. 악덕업자들이 탈부착의 용이성을 악용하여 법을 우롱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 선의의 생산·수입업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허점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농업기계 소비자가 공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기존의 형식표지판을 교체하여 제조연월을 조작한 승용이앙기를 판매한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허점은 오롯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농업인 소비자에게 안겨질 수밖에 없다. 몇 년이 지난 재고품도 형식표지판만 새로이 교체하면 신제품으로 둔갑할 수 있고 당연히 가격인상대상에 포함되어 그 차액이 고스란히 소비자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맹점에 비추어 이번에 발의된 개정 법률안에 대해 그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딘가 곪은 곳이 있다면 응당 이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 까닭이다.

문제는 또다른 장애물이다. 새로운 형식표지판 부착제도로 빚어지는 가격인상을 제어하기 어렵다는게 그 하나고 다음은 부착방식의 개선만으로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내 농업기계 생산업체 구조상 대기업 몇을 제외하면 대다수 영세규모다. 바꿔말하면 새로운 부착제도로 야기되는 생산원가부담을 자체소화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원가가 상승하면 판매가격에 반영될 것이고 이는 농가의 구입비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의 시스템하에서는 효과적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지원대상 농업기계는 업체 임의관리하에서도 나름 관리가 가능하지만 현금판매분은 깜깜이 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처방은 그동안 논의만 있어왔던 등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와 같이 데이터베이스화 등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 체계적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등록제가 도입돼야 정확한 통계도 잡힐 수 있고 그래야 모든 불합리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언필칭 농기계선진국이라고 자칭하는 우리가 농업기계화사업 40년이 넘었는데도 이렇다 할 보급체계를 완전히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수치심마저 든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등록제도 도입추진에 다시 불을 붙여 반드시 실현함으로써 농업기계산업 선진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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