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박주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표준연구실장

민족 최고의 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하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무엇일까? 벌써 반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도 모르는 척 찾아온 기록적인 폭우와 초대형 태풍으로 수심에 가득 찬 고향 어르신들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1912년부터 100여 년간 여름철 집중호우는 물론 태풍의 빈도와 강도까지 모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여름의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은 마치 이 보고서의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최근 감염병 위협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기후변화와 같은 주요 위협을 등한시한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그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증가 추세에만 몰입한 나머지 폭우와 태풍의 위협으로 고향 어르신들의 수심 찬 얼굴을 잠시 잊었다고 생각하나 살짝 쓴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필자를 변명이라도 해 주는 듯 어느 유명 조사기관의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는 매년 감염병 확산, 기후변화, 테러, 해외 사이버 공격, 핵무기 확산, 세계 경제 상태, 빈곤, 국가나 민족 간 오랜 갈등, 대규모 이주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국의 국민이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추적 조사하고 있다.

올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위주의 8개국은 기후변화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4개국을 감염병 확산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수치적인 결과로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범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감염자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으며, 감염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우리나라의 방역 모델(K-방역 모델)까지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고 표준화까지 선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농촌이 기상재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스마트팜과 같이 외부 기상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하지만 노지와 같이 기상재해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경우 스마트팜과 같이 기상을 조절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상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 이미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농장 단위로 기상재해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시군단위가 아니라 농장 단위로 마이크로 기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기상재해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이다. 코로나19 이후 K-방역 모델과 같은 성공적인 신화를 만들어낸 우리나라가 기상변화 분야에도 K-기상재해 모델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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