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코니카 대표
아그리코니카 대표

중국의 식량 상황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음식 낭비는 국가의 적이므로 잔반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양쯔강 유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홍수 사태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월부터 시작된 초장기 장마가 큰 강우량을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홍수 사태는 주변의 곡창지대를 황폐화시키면서 세계 최대 댐인 산샤댐의 붕괴 위기론을 일으키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5년까지 밀, 쌀, 옥수수 등 3가지 주요 곡물의 중국 내 공급은 공급이 수요보다 2,500만톤 부족할 것이라며 이는 수입 물량에 대한 의존도 상승을 의미한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1,680만톤의 옥수수 '공급 격차(supply gap)'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오르고 사료 회사가 밀을 사용하면서 밀 가격이 치솟고 중국의 곡물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국토면적이 넓지만 식량 부족 국가이다. 중국이 연간 생산하는 곡물의 총량은 약 6억 톤이며 곡물의 총수입량은 매년 약 2,000만톤에서 3,000만톤 규모이다. 생산량 대비 4~5% 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제 곡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올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중국의 옥수수 공급 격차 물량 1,680만 톤은 옥수수의 2018년 세계 총수입량인 1.70억 톤의 9.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따라서 국제 옥수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량 규모다.

대두의 경우에는 더 큰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두의 2018년 세계 총수입량은 1.5억 톤인데 이 중에서 중국이 수입하는 물량은 0.98억 톤으로 세계 총수입량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 물량의 대두가 중국으로 수입되어서 돼지 사육에 이용되고 있다. 국제 대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언사를 계속해도 중국이 별로 꿈쩍하지 않는 힘은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

양쯔강 유역의 범람은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벼농사에 큰 손상을 입힐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중국은 전통적인 쌀 수입국이다. 정미 기준으로 2018년의 세계 쌀 수입총량은 3,320만 톤인데 중국의 수입량은 230만 톤으로 세계 수입량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에 금년 가을 쌀의 수입 수요가 커졌을 경우 국제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충격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올 4월에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을 때 세계 제1의 쌀 수출국인 태국에서의 쌀 수출가격은 일시적으로 약 40% 급등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양쯔강 유역의 대홍수 사태는 이미 세계적으로 톱뉴스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만큼 국제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세계 농기계 시장은 국제곡물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2013년 이래로 세계 농기계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국제곡물가격의 부진에서 오고 있다. 만약에 금년 수확철이 가까워 오면서 중국의 쌀 수확량 예측이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국제 쌀 시장가격은 약 1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동남아시아의 농기계 시장에는 호황 국면이 찾아온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발표처럼 중국의 옥수수 공급 격차 1,680만 톤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옥수수, 밀 등의 수출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농가의 재정 상태는 오랜만에 개선될 것이며 코로나 이후 통화의 유동성 증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농기계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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