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본부장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본부장

최근 우리 농업벤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가 주최하고 중국 정보기술 기업 텐센트가 후원하는 '제2회 세계 인공지능(AI) 농업대회'에서 한국 농업 대표팀인 '디지로그'는 21개 참가팀중에 3위를 차지했는데 1위와 2위는 각각 세계적인 온실기업인 호헨도른과 반도체 설계회사 IMEC로 모두 네덜란드 기업이었다.

‘디지로그’ 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로 인공지능을 제어한 조진형 대표는 데이터 기반 농업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의 창업자로 포스텍에서 공학을 전공하였다.

2020년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가축전염병을 조기에 발견·예방하는 ’팜스플랜(Farmsplan)‘을 시연한 경노겸 대표는 ETRI와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데이터 알고리듬 전문가이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팜스플랜을 기반으로 1,000여개 회원 농가를 확보했고, 60억원의 외부 투자를 받았다. 팜스플랜은 CCTV와 센서를 활용한 최소투자로 원격 농장관리로 가능하게 하고, 전문가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폐사율과 약값 등을 경감시켜 축산농장의 수익을 도입 즉시 높여주며 농장주, 수의사, 사료회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경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말레이시아의 돼지와 닭 농장도 조만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종분야에서 ’팜모닝‘ 솔루션으로 설립 3년만에 ’제2세대 스마트팜‘ 선두주자로 나선 그린랩스의 신상훈 대표의 이력도 화려하다.

신대표는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근무했으며 데이팅앱 아만다와 전자책 리디북스를 창업후 매각한 성공한 창업자 경험이 있다. ’팜모닝‘은 2,000만원 대의 소액투자로 일반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팜 팜으로 바꿔준다는 모델로 이미 회원농가 1,500개를 확보했으며 외부투자도 105억원 이나 유치했다.  ’팜모닝‘은 소규모 시설농가에도 적합한 혁신모델로 그동안 정부의 스마트 팜 정책이 일부 부농 몰아주기라는 비판에서 그 돌파구를 입증했다.

이들을 포함하여 최근 농업계에서 주목받는 이들 중에는 만나CEA와 성우농장 등 비농업 출신으로 농업계 외부에서 경력과 실적을 입증한 이들이 유독 많아지고 있고 이런 추세는 더욱 활발해질 예상인데 거기에는 몇 가지 필연적 흐름이 있다. 첫째 농업이 생물화학 기반의 작목중심에서 물리기계 중심의 시설장비장치데이터 산업화 되면서 농업외부의 전문역량이 필요해 지고 있다.

둘째, 농업연구개발이 기초, 응용, 산업화 순서의 단계적 혁신에서 기초 아이디어와 현장 사업화가 초기부터 동시에 진행되는 패널 방식의 혁신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농가현장 한복판에서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효율적 대안을 즉시 제시하는 전문가 집단만이 생존하는 시대가 되어 가는 것이다.

셋째, 농업의 후방산업이 돈 되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농업의 원물생산은 경제적 한계도 명확하고 진입장벽도 높지만 후방산업인 농기계·농자재·농업솔루션과 데이터 분야는 무한한 확장성이 있다. 한국의 IT 기술력과 농업기술력을 융합하면 국내 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중국 등 주변시장을 확보하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농업계 외부에서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ker, 1909∼2005)는 디자인을 필요를 수요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했다.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의 심미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끄집어 내어 제품화 하여 구매 결심까지 연결하는 고난이도 활동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업 현장에는 필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작 수요로는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유난히 많았다. 이제 농업계 외부의 혁신동력을 적극 유입하여 필요를 수요로 연결해야 진정한 농업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농업의 혁신동력은 더 이상 농업계 내부에 있지 않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