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업인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주요 정책자금의 금리인하와 일부 상환유예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농기계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업계는 이같은 극히 소극적 지원정책보다 농기계 융자지원액 증액과 같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부터 내년 8월9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정책자금 대출금리를 인하하여 농업인등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따라서 농축산경영자금·농업종합자금(운전자금)은 1.0%포인트, 농기계구입자금·농촌융복합자금은 0.5%포인트 인하된다. 농기계구입자금은 연리 2%(고정금리)에서 1.5%로 인하되고 농기계 수리용부품과 장비지원사업 금리는 연 3%에서 2.5%의 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정책자금 금리인하 대상규모가 1조7000억원 수준이라고 하니까 농업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농기계산업이나 농업인들이 겪은 타격이 치명적이어서 코로나19가 입힌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농업기계의 경우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등 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이 철저히 차단됨으로써 사실상 판로가 봉쇄되고 말았다.

영농기를 앞둔 시점은 농업기계의 판촉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이 절정의 제품홍보기간을 놓치게 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일선 유통업체에 예기치 못했던 충격을 주었다. 이의 파장은 고스란히 농기계생산업에 전이될 수밖에 없다. 원활한 생산활동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가입장에서도 필요한 농기계를 적기에 구입하지 못함으로써 영농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따라서 정책자금 금리인하 정도의 미봉책으로는 상처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악재는 최근 연일 이어진 물폭탄이다. 설상가상의 대재앙이 온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산사태와 홍수로 농경지는 온통 물바다가 되어 3만ha에 가까운 규모가 침수되거나 유실·매몰됐다. 이로써 수많은 농업인들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되어 탄식이 하늘을 찌른다. 또 하나의 거대 치유대상이 새로이 등장한 것이다.

이같은 수난(水難)이 농업과 농기계산업의 미래를 통째로 삼켜버린 꼴이다. 통큰 정책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의 영속성을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당국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튼실한 해법모색에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농업기계부문에 있어서는 가장 큰 현안과제인 농기계 융자지원한도액의 현실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따라서 융자지원액의 증액이 시급하고 절실한 만큼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국이 뒷짐 지고 보낸 10년 사이 농기계시장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트랙터는 주류 마력대가 30~40마력에서 70~80마력대로 전환된 지 오래며 100마력대 대형기종의 시장규모가 확대일로다. 콤바인의 경우도 3~4조식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5~6조가 메우고 있다. 작업성능이 뛰어난 대형·첨단기종을 선호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융자지원한도액은 제자리다. 시장현실과 정책의 괴리가 얼마나 큰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양대 재앙을 극복하고 농기계구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융자지원한도의 대폭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