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gadinlee@korea.kr
이강진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gadinlee@korea.kr

* 포노 사피엔스

생물학에서 현생 인류를 가리키는 말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두 발로 걷는 것이 특징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언어도 썼다고 한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산다. 통계에 따르면, 인류의 80%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고도  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다보니, 이를 모르면 삶이 여러 가지로 고달프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특집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현대인을 포노 사피엔스라 정의했다. 라틴어로 스마트폰을 뜻하는 단어 '포노(Phono)'와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앱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친구를 만난다. 금융거래와 학습, 여가와 취미생활까지 모든 일상을 스마트폰을 해결하며 은행, 방송, 쇼핑몰도 스마트폰으로 선택하여 이용한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가 스마트폰 안에서 결정되자 기업들은 포노족을 고객으로 잡기 위해 모바일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있다.

*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인류 역사를 보면, 도구의 발견이 농경문명을 발달시켰고, 산업혁명은 노동의 자동화를 가져왔다.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은 지식과 지능의 자동생산을 가져올 것이다.

즉, 지식과 지능은 정보와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과 같은 도구를 통해서 자동으로 생성된다. 여기서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지식, 지능으로 넘어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한 과정을 디지털 전환이라고 한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주변의 삶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며,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된 변화”로 정의하기도 하고, “디지털 기술을 전반적으로 활용하여 산업의 구조혁신,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아날로그를 온라인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다.

* 농업·농촌과 디지털 전환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해 왔다. 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호당 경지면적이 조금씩 늘어났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산성도 증가했다. 기계화와 온실의 보급 확대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어 왔지만,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무력함이 많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16%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1.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080만 명에서 224만 명으로 80%가까이 줄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농가경영주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의 11.5%에서 2019년에는 62%로 증가했는데, 40세 미만의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계화만으로 이 현실을 이겨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서 디지털 전환을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먹는 것을 만들어내던 농업은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에 기반을 두었다. 직접 노동하여 생산하고, 생산물은 직접 접촉하면서 전달해야 했다. 이러한 농업에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거세다.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이 모든 과정은 모바일로도 가능해져 이른바 코로나 이후 시대의 포노 사피엔스의 생존 방식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팜에서 소비자 맞춤형 농작물을 생산하고, 그 과정도 로봇으로 자동화된다. 병해충과 질병을 실시간으로 예찰하여 조기에 대응하며, 드론으로 작황을 예측하여 농산물의 수급을 조절함으로서 가격을 안정화시킨다. 원산지와 위해요소를 관리하여 안전농산물의 소비를 활성화한다.

더 나아가, 무인자동화 기술과 드론으로 농식품 직배송이 늘어나고, 로봇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수확후관리도 자동화된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향후에는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농업의 발전은 물론, 도시민이 부러워하는 농촌,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 디지털 농업시대의 기술 개발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과 혁신을 통하여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농업 시대를 열어가고자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은 자동화 설비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농사 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 방식을 말한다. 온실과 축사, 노지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농촌진흥청은 보다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로 농업을 과학화하고 농업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3단계 기술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1세대 스마트팜 기술이 농작업의 편이성을 증대시킨 데 비해, 현재는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의 개발과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2세대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작물 재배 전 과정에서 필요한 농작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이는 농사 경험이 적은 젊은 창농인이나 정보통신 기기에 미숙한 고령 농업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고도화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기존의 지식으로 새로운 기술 발전을 선도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재배는 물론 농기계, 자율주행, 로봇 등 공학, 통계 분석, 인공지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물론 정책적인 뒷받침도 함께 해야 한다. 여러분의 응원과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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