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도상 체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만 거듭돼 왔던 노후농기계 처리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맡은 (사)한국농업기계화연구원의 ‘노후농기계 조기폐차 지원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 설명회를 통해서다.

자동차·건설기계의 관련사항과 연구결과등을 토대로 광범위한 분석과 정책대안을 제시한 연구원은 우선 노후농기계 조기폐차 지원대상을 현재 배출가스규제 기종인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한정했다. 트랙터는 1998~2012년에 공급된 22만3,000여대, 콤바인은 2006~2012년에 공급된 2만5,000여대를 지원대상으로 했다. 지원대상 농가의 가장 큰 관심사인 보조금 지원액은 기종별 공급연도와 규격별 평균잔존가율을 적용하여 산정했다.

연구원은 이 기준에 따라 공급대수의 1%를 조기폐차 지원을 할 경우 트랙터 134억원, 콤바인 13억원등 147억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같은 조건으로 산정한 노후농기계의 50%를 폐차지원할 경우는 국고 3,675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자동차 조기폐차 지원액 2,9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조기폐차 농기계 소유농가가 이의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에 조기폐차 신청을 하고 해체 재활용업체 또는 사후관리업소에 폐차대상 농기계를 입고시켜야 하며 면세유류 중단요청과 말소등록등을 마친 뒤 보조금을 신청해야 한다.

밑그림을 이렇게 그렸다면 남는 문제는 채색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일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 극대화돼야 한다. 다시말해 경제적 약자인 농업인들이 만족할 만큼의 보조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그 적정성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고 업중히 검토하고 또 살펴야 하는 것이다. 예산확보에도 사력을 다 해야 한다. 대내 당위성만으로 필요 재정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입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학관연의 공동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동원가능한 수단은 모두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농가가 수행해야 할 행정업무도 대행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농촌사회의 고령화·부녀화의 심화로 사실상 자력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특히 노후농기계 조기폐차 지원을 농기계 등록제와 연계추진할 경우 정책의 효율적 추진은 물론 농업인의 재산권 보장과 산업선진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농기계 등록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등록대상기종을 조기폐차 대상기종인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한정했다. 운영·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하되 등록기관은 광역단체 또는 농촌진흥청으로 하고 등록사무는 기초단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맡는 게 합당하다고 봤다.

등록제가 도입되어 조기폐차 지원이 연계될 수만 있다면 정책의 효율성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높을 것이다. 문제는 농기계 등록제 도입이 말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시도는 했지만 논의만 열성적이었을 뿐 늘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 2005년 한국농업기계학회가 농업기계 등록제 관련 연구결과를 내놨지만 빛을 보지 못했고,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이 농업기계화촉진법을 전면 개정하여 등록제등 새로운 농업기계 관리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이 역시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이듬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수행했지만 연구로만 끝을 맺었다. 따라서 농기계 등록제 문제는 분리하여 강력추진하는 방안이 조속히 강구돼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생성물질의 배출을 줄임으로써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이 시급한 건 맞다. 그러나 수명을 넘긴 농기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농업인들이 부실한 보조금으로 상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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