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박원규 전 농업기계화연구소장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하여 지구촌의 큰 재난을 가져오고 있다. 5월12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212개 나라에서 432만 명이고, 사망자가 29만3,000명이나 된다.

미세한 바이러스가 인간의 과학기술을 비웃듯 온 세계를 넉다운(lock down) 공황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 유럽, 미국, 아세안 등 주요나라의 지역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침체가 예상되며 금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3%로 전망하고, 실업은 대폭 증가하여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국민에게 긴급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고, 소상공인과 산업체의 도산을 막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온갖 힘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방역체제보강 등을 위해 10조9,000억 원,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을 위해 12조2,000억 원을 추경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금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식수요 감소 등으로 0%대로 떨어지고,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24.34%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식량 수출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8년 식량자급률은 46.7%이지만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7%이며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콩 25.4%, 옥수수 3.3%, 밀 1.2%로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 최하위 국가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금년 상반기 학교 급식이 중단됨에 따라 학교급식용 채소, 과일 등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를 잃었고, 농촌 체험관광 예약이 취소되는 등 농촌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영농철을 맞이하여 농가인구의 고령화와 외국인 계절 근로자 도입 지연 등으로 농촌 일손이 부족하여 우리 농업농촌도 큰 어려움을 닥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농작업의 기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논농사는 현재 모든 농작업이 기계화됨에 따라 쌀의 자급 달성은 물론 노동력 부족을 염려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반면에 밭농사는 기계화률 60% 정도로 콩, 밀, 옥수수 등은 자급률이 낮은 수준이면서 노동력 부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밭작물 기계화에 정부의 각별한 지원시책이 요청된다.

금년도 국내 농기계시장은 1/4분기 판매실적이 지난해에 비하여 4% 감소하였고, 판매 대금 회수는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농기계 판매는 3~5월이 성수기로 대면 영업 활동을 하면서 판매 대금도 회수하고, 신규 농기계 수요도 창출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초까지 연장됨에 따라 판매대금 회수는 물론 신규수요 창출도 어렵게 되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특화사업을 촉진하기 위하여 자체예산으로 보조지원 공급하려던 농기계의 재원이 일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전환되고 있어 금년도 국내 농기계 판매 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해외 농기계시장은 1/4분기 농기계 수출이 지난해에 비하여 2.4% 감소하였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이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어 금년도 농기계 수출도 대폭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코로나19로 농촌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농기계 시장의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하는 시기에는 농가의 영농비 절감과 농기계 산업의 경영애로 해소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농기계는 농업생산의 기본 인프라(infra)로 농기계 보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정부가 농가에 지원하고 있는 농기계 구입 자금과 농기계 적기공급을 위하여 농기계 산업에 지원하고 있는 농기계 생산비축 및 시설자금 금리가 연 2.0~2.5%로 높은 실정이다. 금년에 한국은행은 코로나 19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 인하했다. 정부가 농업생산을 위해 지원하는 농기계 구입자금과 농기계 생산비축 및 시설자금의 금리도 1~1.5% 수준으로 인하하여 농가의 영농비 절감과 농기계 산업의 경영애로를 해소해야 한다.

1989년부터 농가의 영농비를 경감해 주기 위하여 농기자재의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에 농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적용으로 농가는 약 1조5000억 원의 조세혜택을 받았다. 농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 내년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농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농용트랙터를 비롯한 농기자재 가격이 10%정도 인상되어 농가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농업경영에 어려움이 많은 점을 감안하여 농기자재 부가치세 영세율 적용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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