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발표평가로 진행돼야 할 농림축산식품 연구개발사업(농식품 R&D)의 신규과제 선정평가가 코로나19 확산여파에 따라 비대면평가로 전면 전환됨으로써 예상 밖의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에 비대면평가로 전환된 과제는 첨단농기계 산업화 기술개발사업으로 농기계산업 혁신기술 지정공모 2개 과제와 농기계성능 고도화 지정과제 2개, 자유응모 4개 등 모두 8개 과제다. 지정공모 4개 과제는 자율주행 무인콤바인 개발, APC용 과일(사과·배) 상자 자동공급장치 및 과일 품질측정 고도화를 위한 자동조절장치 개발, 승용형 전자동 고추 정식기 개발, 농기계 소음 및 진동 저감장치 개발등이다. 연구기간은 모두 2년9개월이며 정부출연금은 올해만 15억7,700만원, 총 정부출연 연구비는 57억8,300만원이다. 자유응모 4개 과제는 농기계부품 국산화 및 수입대체기술 개발 단기 2개 과제와 장기 1개 과제, 토양소독제 지중살포 기계화기술 산업화 연구등이며 연구기간은 단기과제는 1년, 장기과제는 2년9개월이다. 정부출연금은 올해 11억원, 총 정부출연 연구비는 18억9,800만원이다.

주관기관인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비대면평가로의 전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연구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20년 신규과제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속적으로 동참을 하되 경제활성화등까지 고려하여 제반 선제적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기평은 따라서 당초 50%씩 2회에 걸쳐 분할 지급하던 신규과제 연구개발비를 한꺼번에 전액 지급키로 방침을 정하고 하반기 지급예정이던 연구개발비 253억원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고 연구를 진행중인 계속과제의 잔여예산 역시 조기에 집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이하 규모의 참여기업(중소기업·농업회사법인·영농조합법인 등)의 연구참여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신규과제의 참여기업 연구개발비(기업부담금) 중 현금부담금을 현물로 대체가능토록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준 비상사태하에서의 농기평의 이같은 선제적 대응에 대해 불가피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추진하고 있는 농식품 R&D의 신규과제는 투자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백년대계’라는 대전제 하에 엄중히 추진돼야 할 소중한 사업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매사 시작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것이다. 신규과제의 선정평가 과정에서 사소한 과실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과제는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고 봐야 옳다. 선정이 잘못되면 소기의 개발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이 반복될 경우 유지·발전돼야 할 우리 농업은 산업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농기평이 간과한 부작용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종래의 공개발표평가에서 기본적으로 행해졌던 평가위원과 발표자간 대면 질의응답이 사라지고 연구계획서·발표자료(ppt)등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자칫 평가위원의 구미에 맞춰 자료정리를 매끄럽게 잘한 응모자만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밭작물 농기계는 작물·토질·경작규모등 고려 요인이 다양해 이 분야 기술을 축적하여 성능고도화와 실용화를 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정작 이들 요건을 충족한 응모자가 탈락하는 비정상적 행태가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면 평가가 가져 올 불합리한 요소들을 면밀히 재검토하여 이를 보완하고 공정한 심사가 행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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